[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한국제약협회가 정부의 추가 약가 인하 정책과 관련해 최근 청와대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협회는 “대통령에게 약가인하로 인한 제약산업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고, 또한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을 재검토 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자 면담을 신청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협회는 보험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기등재 의약품 정비사업)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따라 1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보건복지부가 추가로 보험의약품에 대해 일괄 약가인하를 추진하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통령 면담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협회가 모처럼 회원사들의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발언과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너무 형식적이고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다.

회원사들은 어려울때 협회가 앞장서 업계를 대변해주고 목소리를 높혀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협회가 이번에 제약계의 다급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하고 나섰지만 실현될 가능성도 없는 형식적인 제의에 되레 회원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최근에 협회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낸 것은 대통령 면담과 함께 약가 인하 탄원서 제출이 고작이다. 그것도 마지못해 회원사들의 눈치에 등떠밀려 뒤늦게 한 느낌이다.  

지금 제약계는 쑥대밭이 되다시피했다.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과 함께 제약사들이 부도덕한 기업으로 매도당하고 하루가 멀다고 들이닥치는 리베이트 단속에 제약사들은 숨조차 쉬기 힘든 처지다.

게다가 잇따른 약가 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은 한치 앞을 보기 힘든 형국을 맞고 있다.

이런 고비와 위기를 맞을 때마다 협회가 어디있었는지 대부분 회원사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협회는 190여 제약사들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협회는 이들 회원사들로부터 매달 꼬박꼬박 수백만원씩 회비를 거둬가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친목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제약계 현안과 관련해 정치적인 목소리도 내주고 물밑에서 협상도 해주는 등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협회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협회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회원사들의 입에서 협회에 회비내는 것조차 아깝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겠나.

물론 협회의 처지나 현실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제약협회장 자리가 ‘정치적인 자리’이다 보니 제약사 오너출신이 오기를 꺼려하거나 고위공무원 등 낙하산 출신 회장은 적당히 임기나 채우고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이익집단으로서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다는데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제약계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협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지금 제약계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협회가 회원사들의 가려운 곳과 제약계의 어려운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처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다.

협회가 앞서 뛰지 않으면 협회가 회원사들로부터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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