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최근 의사협회ㆍ약사회는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허용여부를 쟁점으로 의약품 재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비아그라, 피임약 등 의약계간 상반된 입장차이로 고충을 겪고 있는 모습은 밥그릇 싸움으로만 느껴진다.
어린이 집에 다니는 4살배기 딸아이가 수시로 감기에 걸려 집 인근에 있는 의원과 약국에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먼저 의원에 가면 의사는 진료 후 약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고 직원은 ‘약 처방전’을 출력해 건네준다.

약국에서는 약사가 처방전에 있는 약을 챙겨 주면서 ‘이 약은 식후 30분에 드세요’라는 관행적이고 기계적인 설명을 한다.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하면 쉽게 접하게 되는 씁쓰레한 일상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는 약을 먹어도 7일, 약을 먹지 않아도 7일은 고생해야 낫는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의약품은 화학적 합성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약 자체의 위험성은 의약품의 본질적 특성이다.

하지만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면 불가피하게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소화불량, 두드러기, 두통, 발열, 졸음, 가려움 등 비교적 약한 증상에서부터 호흡곤란, 구토, 어지러움, 쇼크, 실명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안타까운 것은 약 부작용을 금방 알고 중단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불편함을 인지해 약을 중단하는 시기는 보통 부작용이 지속된 이후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약 부작용을 조기에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약 부작용으로 인한 구체적 피해사례 두개를 소개한다.

79세 할머니는 고혈압과 부정맥, 당뇨병으로 여러 진료실에서 다양한 약(혈당조절, 혈압조절, 항응고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처방된 약은 비슷한 성분 약이 중복처방 됐으나 약국에서 약에 대한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던 중 할머니는 소변에 피(혈뇨)가 섞여 나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할머니는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약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즉, 자신이 무슨 약을 왜 먹고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의사와 약사 모두 약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 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 사고로 생각된다.

67세 할아버지는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이 있어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약을 복용한 지 3주쯤 지나자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나며 피부 발진이 생겼다. 온 몸에 물집이 생기고 나서야 약 부작용임을 알고 진료를 받았다. 스티븐-존슨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피부가 벗겨지고 합병증이 진행되는 전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후 비로소 약을 중단했다. 한 달간 입원치료를 받고 온 몸에 얼룩덜룩한 흉터는 남았지만 심각한 합병증이 아니라 다행이다.

처방 약은 드물게 스티븐-존슨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처방조제 단계에서 약 복용 후 나타나는 이상증상(부작용)에 대한 설명,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시 약을 중단하고 진료 받아야 된다는 중요한 내용에 대한 정보제공을 전혀 받지 못해 발생한 사고로 여겨진다.

일반의약품(OTC)은 전문의약품에 비해 오ㆍ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의 처방 없이(전문지식 없이) 사용해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고 약사법(제2조 제9호)에 규정되어 있다. 약사의 복약지도에 대하여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약사법에 명시돼 있다.

논의 결과 슈퍼판매가 허용된 의약외품을 구입하기 위한 첫날 풍경을 보면 의사 약사 간 집단 이기주의 안에 소비자 존재는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일반의약품 48개’ 중 서민과 매우 친근한 박카스를 편의점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내막을 알고 나니 더 그렇다.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나 처방 약을 조제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약사에게 권리와 의무는 동전의 양면이 작용하지 않는 예외 계층인가. 자기 권리를 찾는 전제로 주어진 의무도 충실히 지킨다면 소비자에게 존경받는 존재가 될 수 있으련만.<한국소비자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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