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한진란 기자] 장마가 유난히 긴 올해의 여름휴가는 더욱 달콤하고, 설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는 가운데서도, 마음 한편 걱정부터 앞서는 이들이 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꼭 휴가만 가면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는 ‘장 트러블족’들이다. 평상시에도 설사, 변비, 잦은 방귀, 복부팽만 등의 증상을 보이며 장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휴가지에서는 어김없이 증상이 악화되곤 한다. 불편한 장은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반감시키고, 나아가 휴가를 망치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장트러블족이 변비, 설사 눈치 안보고 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염증, 암, 감염에 의한 장 기능 이상이 아니라면 통증이 있고, 불편하긴 해도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본다. 이 말은 곧, 뚜렷한 처방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증상은 있으나 특별한 원인을 꼭 집어 말하기 어렵고, 100%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도 없는 대표적 질환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배변습관이 변화하고, 복통을 호소하며 복부 팽만감을 느끼고, 오심, 구토, 트림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적이라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항진된 장운동기능과 내장의 과감각, 통증에 대한 예민도 증가, 감각기능의 이상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갑거나 자극적인 음식이나, 스트레스, 우울, 불안, 긴장 등의 정서적 자극을 받을 경우 장근육을 이상 수축하거나 경련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여름 휴가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악화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실제로는 교통체증과 더위, 바가지요금, 의견차이, 수면부족 등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다.

또한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장이 튼튼했던 사람이라도 복통과 설사, 변비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찬음식은 위와 소장에 자극을 줘서 장운동을 증가시키거나 경련을 일으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양의 찬 음식을 먹으면 장 내 온도를 떨어뜨려 각종 소화효소의 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찬 음식에서도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약한 정도의 장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름철 휴가 기간이 끝나면 많은 환자들이 복통, 설사 혹은 변비 등의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다. 연령별로 특징적인 증상이 다른데 고령층은 여행기간 중 장염이 발생해서 이차적으로 생기는 과민성 장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젊은 여성은 오랫동안 변을 참아서 발생한 장기능 이상과 과민성장증후군 악화를 호소하고, 젊은 남성 환자 대부분은 청결하지 않은 해산물, 과음 등으로 장염, 췌장염, 위염을 일으켜 병원을 찾는다.

평소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예민한 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휴가 계획을 잡더라도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여유있는 계획을 짜는 것이 장을 위해 현명한 선택이며 휴식과 안정은 증상을 호전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평상시의 식이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에 스트레스가 증가하거나 과식 및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이상 증상이 나타났던 사람은 미리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천의대길병원 소화기내과 박동균 교수는 "일반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의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운동과 식이를 진행하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개선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의 특성상 꾸준한 병원 치료가 병을 완전히 낫게 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대장암, 염증성 장염, 세균성 장염 등 치료가 필요한 질환과 감별진단을 받고, 식이 습관 상담 등을 통해 악화인자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즐거운 휴가, 장 때문에 망치지 않길.

정리=한진란 기자

<도움말 가천의대길병원 소화기내과 박동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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