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ㅍ편집국] 암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암이 의심돼 수술을 받았으나 최종 조직에서 암이 아닌 것으로 진단돼 암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면 억울할까, 아니면 암이 아니라 천만다행인가.

 월급에서 건강보험료(건보료)를 꼬박꼬박 납입하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일 년에 한 번도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다행인가, 아니면 납입한 돈이 아깝고 억울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09년 건보료 납입 및 지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1470만 가구 중 약 75만 가구(약200만 명)가 납입자 본인은 물론 가족조차 단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무이용 가구 비중이 5.1~5.7%로 연간 건보재정의 1.3%에 해당하는 3,500억 원이다. 물론 전 국민이 의무가입 하는 사회보험 성격이므로 낸 돈만큼 당장 혜택 받지 못하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낸 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도 있어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인턴시절부터 40년 동안 대장암, 십이지장암, 간암에 걸렸으나 모두 수술로 치료받고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말라'는 책까지 낸, YS 주치의였던 고창순 박사는 평생 암과 더불어 지냈다. 80세까지 산다면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니 암과 친구처럼 지낼 방법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최근 복지부는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2015년 54%에서 67%로 13%나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국가 암 검진 및 금연사업 등 암 관리정책의 시행, 의료기술의 발전, 암 생존율이 높은 암의 증가(생존율 99%로 높은 갑상선암이 매년 25%씩 증가, 생존율이 80% 이상인 암을 많이 발견)를 상향조정 이유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 암 환자는 매년 3.3%씩 증가 하지만 암 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암이 0기나 1기로 조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이 80~90%이나 말기 암 생존율은 10~20%대로 낮아지므로 암을 적극적으로 찾아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건강검진과 진료과정 중 암 조기진단을 실패한 사례를 소개한다.

◆유방암 오진 사례

30대 후반의 주부는 유방검진을 위해 유방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받았으나 좌측 유방 섬유선종으로 진단됐고 6개월 후 유방초음파 검사에서 좌측 유두 위에 양성 종양으로 진단받았다. 며칠 후 다른 병원의사의 촉진으로 좌측 겨드랑이가 두껍고 유두 밑에 암이 의심돼 당일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유방암으로 진단했다. 수술후 유두 위와 아래, 겨드랑이에서 암이 확인됐고, 림프까지 전이(암3기)돼 추가수술도 받았다.

▶ 초음파를 다시 판독한 결과 암이 의심되는 영상은 없었지만 초음파검사 시 병변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초음파검사는 검사자의존형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하는 의사가 암 병변을 놓쳐 암 진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생리 끝난 2~7일째(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는 매달1일로 정해) 유방 자가검진을 통해 멍울이 만져지면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식이습관과 환경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해 유방암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2~3배 많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 지연 진단 사례

70대 할아버지는 10년 전부터 천식치료를 받던 중, 좌측 폐에 육아종이 확인됐으나 폐질환으로 진단돼 약물치료를 받았다. 1년 6개월후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옴을 호소했고, 이후 체중감소, 쉽게 피곤함을 호소해 촬영한 흉부 CT에서 폐암으로 진단됐다. 타병원 조직검사 결과 비소세포암 3기로 진단됐으나 수술기회를 상실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 영상을 재판독한 결과 좌상엽 육아종(경계가 불규칙하고 석회화 소견이 없고, 주변에 진구성 폐결핵이나 섬유화 소견이 없음)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육아종이 아닌 종양으로 보고 폐 CT와 조직검사를 했다면 폐암이 2년 빨리진단 돼 수술도 가능(20~25%)했을 것으로 보인다.

폐암은 초기증상이 별로 없어 조기진단(5~15% 불과)이 어려우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이고 그 외 객혈, 흉통, 호흡곤란, 체중감소 등이다. 전체 암의 약30%가 흡연에 의해 발생되고, 폐암은 약90%가 흡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0배 이상 발생 위험이 높다.

◆전립선암 오진 사례

70대 할아버지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받고 인근의원에서 3년간 진료 받던 중 요통이 심해 영상의학과에서 CT 촬영을 받았다. 전립선암이 뼈까지 전이돼 수술 받을 기회를 상실하고 통증치료를 받고 있다.

▶ 미국 암학회의 전립선암 조기진단 지침에는 50세 이상 남성은 매년 혈청 PSA(전립선특이항원: 전립선 상피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분해효소) 측정과 직장수지 검사(항문을 통해 직장 속에 손가락을 넣어 진단)를 권한다. 위 사례는 3년간 선별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전립선암 말기로 진단됐다.

전립선암도 유전적 인자가 관여해 가족력이 있는 집안은 그렇지 않은 가족에 비해 발생 가능성이 8배 정도 높다.

살아 있다면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 고약한 암세포는 신체 어느 부위나 허락받지 않고 가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미래에 발생할 위험은 과소평가하지만 일단 위험에 처하게 되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최초 생각에 구속되는 편향적 사고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한 것이 본능인 듯하다.

암 조기진단 기회를 상실한 환자도 마치 의사가 암을 발생시킨 것으로 착각해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 진료를 하는 의사나 진료를 받는 환자 모두 자기 입장의 선입관에서 벗어나 호소하는 증상에 귀 기울여 적기에 필요한 검사나 대응을 함으로써 공동의 목표인 암 조기 진단은 물론 사후에 발생한 분쟁까지 잘 해결됐으면 한다.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의 스티브 잡스 연설 중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부터 하려고 한 일을 하고 싶은가 “ 라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나온다. ”매일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면 언젠가 올바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17세 때 읽은 책 구절에 영향을 받은 이후 매일 아침 자신에게 묻는 말이라고 한다.

최근 췌장암에 걸린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라 더 공감이 간다. 건강 잃고 탄식하며 살지 않도록 미리 건강관리를 잘 하고, 비교적 건강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허락된 새로운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삶 자체가 기쁨일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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