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료 기술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대부분 개복하여 수술을 하던 많은 질병등도 이제는 간단히 복강경을 통해 복부에 몇 개의 구멍만 뚫어 내시경을 보면서 자궁을 제거하고 충수염(맹장염)을 수술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의과대학을 입학하기 위해서는 하늘의 별을 따는 심정으로 공부를 해도 입학하기가 쉽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의가 되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을 병원에서 밤잠을 설치며 공부하고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수련 과정을 거친다.

전문의가 된 후에도 대학병원에서 일하거나 개원의사로 병원을 운영하거나 간에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게 되니까 그냥 막연히 생각해봐도 의사가 환자 얼굴을 보고 친절히 대화하고, 병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상황은 전혀 연상이 되지 않으며,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적으로 의료분쟁은 의사가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질병이 있는 반대쪽 다리 수술을 하거나, 수술을 하다가 거즈나 수술 기구 등을 배속에 넣어 두고 봉합을 한다든지 하는 의료사고도 간혹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사소통이 부족하여 신뢰가 깨지고 그러다 보니 그냥 이해하고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일도 의료분쟁으로 악화되어 소비자들은 이곳 한국소비자원까지 찾게 된다.

어떤 의사들은 “이렇게 바쁜 의료 현실에서 의사가 진료를 하면서 일일이 환자에게 당신의 병명이 무엇이고, 그 증상은 어떠하며, 왜 그 병은 수술이 필요한지, 또 수술 중 따르는 위험이 어떠하고 수술 후에는 어떤 경과와 예후를 가지는지, 수술을 받지 않으면 왜 안되는지 등등의 사항을 어떻게 다 설명하느냐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환자들이 얼마나 더 많이 기다리겠느냐 ”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많은 소비자들 삶의 질이 향상되고, 내가 원하는 의사는 특진비를 지불하며 선택해 진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특진 의사를 신청하였을 때는 좀 더 나은 진료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의 의료 현실은 병원에 입원하여서도 특진 의사 얼굴 보기가 쉽지 않고, 의사와 3분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대법원의 많은 판례들은 오래전부터 의사들이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거나 설명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환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시하고 있다.

의사에게는 어떤 설명의무가 있을까.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응급 환자의 경우나 그 밖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인체에 침습(투약, 주사, 수술 등)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는 보호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치료나 수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는 성형수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에서는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에 대해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던 환자가 급성 심부전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수술을 함에 있어서 병애 관한 내용 설명을 숙지하고 자유의사로 승낙하며 수술 중이나 수술 후 경과에 대하여 의사와 병원에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수술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수술동의서 용지에 서명 날인한 사실만으로 수술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과 관련하여 적절한 설명과 아울러 충분히 논의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하고 부동문자로 된 동의서는 단지 환자의 승낙이 있었다는 보충적 자료만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분쟁이 끊임없이 증가하여 의료사고에 따른 지출 비용이 많아지면 그건 모두 우리 국민들의 분담금이 된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요청한 의료분쟁 사건은 작년 한해에도 964건이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들어온 의료상담은 총 1만7632건으로 의료분쟁 접수 건수가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상담한 내용 중에는 ‘의사가 수술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2번의 수술이 이루어졌다.’. ‘약의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아 이상이 있어도 모르고 계속 복용했다.’ ‘검사 결과를 설명하지 않아 암 전이된 것을 2주 후에나 알았다.’ ‘수술 후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아 안심하고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도리어 사나운 눈이 되었다.’ 등등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상담이 많다.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액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의 의사 결정에 미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혹은 부실한 설명이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와 같이 설명을 해야 하는 의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환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고, 의사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재산적 손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손해를 모두 배상하여야 한다는 견해나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현실적으로는 재산적 손해는 인정되기 어려우며, 정신적 손해에 해당되는 위자료 청구만이 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므로 성형수술 전 부작용 설명이 없었으므로 수술비 전액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요구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의사에게 수술상의 과실이 없다면 수술비 반환 요구는 불가능하고 위자료 청구만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는 의사의 설명 부족 및 그로 인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환자가 수술의 의미나 위험을 알고 있거나 당연히 알 수 있는 경우, 환자가 설명 받기를 거부한 경우, 설명이 중대하지 않거나 위험 발생이 희박한 경우는 설명의무가 면제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부작용 발생이 극히 낮은 경우는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도 진료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나의 손해액은 얼마일까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해 주는 손해배상금으로 피해자의 상해 부위 및 정도, 후유증, 치료기간, 피해자측의 과실, 나이, 직업, 기왕증 등을 고려하여 산정한다. 법원 판례에서 유방확대수술 후 뇌손상으로 거의 식물인간 상태가 된 경우 위자료 5,000만원을, 유방 이물질 제거술 및 재건술을 받은 후 유두 부위에 괴사가 생긴 사건에 대해서는 위자료 700만원 배상 판결이 있지만 대부분 위자료 금액은 많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충분한 설명이 인정되는 수술 동의서에 환자나 보호자의 서명이 있는 경우는 의사에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수술동의서가 없는 경우는 대부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신뢰받는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의사의 설명의무가 더욱 강조되어야 하고, 또한 충분한 설명이 인정되는 동의서에 환자나 보호자가 서명을 했다면 설명을 들은 것으로 인정되므로 소비자들은 각종 동의서에 서명을 하기 전 동의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충분한 이해한 후 서명을 해야 한다. 이미 동의서에 서명하였는데 부작용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의료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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