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균은 위에 사는 나선형 모양의 세균으로, 2005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던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가 출연한 유산균 음료 제품 광고로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위는 PH4 이하의 강산에 노출되어 있어 외부의 유해 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나, 헬리코박터 균은 암모니아라는 물질을 만들어 이를 중화시키므로 위 점막 표면에서도 생존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균 획득은 주로 5~10세 이전의 소아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감염으로 이루어지며 구강을 통하여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의 위험인자는 소아 연령, 낮은 사회 경제상태 및 주거환경 등으로, 개발도상국은 5세에 이미 80%까지 감염되나 선진국의 경우 10세 정도까지 10% 정도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감염되어 있으며 혈청학적 연구를 통한 최근 우리나라 성인의 감염률은 약 60~70%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 균이 발견된 이후 많은 연구들을 통해 이 균이 여러 질병들과 연관성이 있음이 보고되었다. 그러나 연관성이 제시된 모든 질병에서 제균 치료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는 아직 이견이 있다. 즉, 치료 근거가 된 연구의 디자인이 단순히 연관성을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치료 후의 효용성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임상적으로 그 질병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지역사회에서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할 만큼의 치료 효과가 확실히 있는지 등에 대한 입장의 차이다.

헬리코박터 감염의 결과는 무증상 위염에서부터 소화성 궤양, 위암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 성인의 70%까지 감염되어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는 모든 감염자(위염 환자들을 포함하여)를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대 효과 측면, 항생제 사용 확대에 따른 내성균 발현 증가 등의 이유로 선택적으로 고려되어지고 있다. 현재 제균치료의 적응증은 각 지역에 따른 헬리코박터 균의 유병률의 차이와 사회 경제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 지역의 현실에 부합하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8년에 대한 헬리코박터 연구회 합의도출 모임을 통해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활동성 궤양뿐 아니라 반흔을 포함한 위 및 십이지장 궤양, 저등위 점막관련림프조직(MALT) 림프종, 위암 절제술 후를 절대적인 치료 대상으로 선정하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다른 나라와 비교시 상대적으로 제한된 편이다.

현재 국내 의료보험은 활동성 소화성 궤양 및 림프종만을 보험급여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 외 보다 확대된 적응증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증,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복용하는 무증상 환자들에서 소화성 궤양의 예방,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위암 가족력, 과형성 용종, 역류성 식도염 환자로 장기간의 양성자 펌프 억제제 투여가 필요한 경우 등이 제시되고 있다.

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헬리코박터 균의 높은 유병율과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 비록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헬리코박터 균과 위암의 연관성을 일관성 있게 인정하고 있지만, 제균 치료 후 실제 위암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들이 공존하고 있다.

효과를 인정하는 연구들에서는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의 전암성 병변이 생기기 전에 제균 치료를 함으로써 진행을 막아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감염자의 유병율이 70%인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제균 치료를 통한 위암의 예방은 근거 중심 의학 측면에서뿐 아니라 의료비용 측면에서도 몇 가지 생각해 볼 점들이 있다. 즉, 모든 전암성 병변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 보험 규정상 제균 치료는 보험 인정이 안되므로 고가의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에, 국가 암 검진 사업의 확대, 내시경 시술의 저렴한 비용,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의 증가, 조기 위암의 높은 완치율 등을 고려한다면 1년마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 효과 측면에서 보다 유리할 수 있다. 향후 이에 대한 정부와 학회 차원의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조인스닷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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