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화장품 회사들이 나노기술이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때까지 관련제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캠퍼스 아드난 나시르 교수는 제68차 미국피부과학회에서 화장품 제조에 대한 나노기술 활용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나시르 교수는 “노화방지를 위해 화장품에 첨가되는 비타민 C에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비타민 C 는 피부 표면 아래까지 흡수돼야 가장 잘 활성화되나 원래 크기로는 피부 깊숙하게 침투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이러한 비타민 C 를 머리카락 8만 분의 1 크기인 나노 입자로 만들면 작은 만큼 더 빠르고 깊이 피부로 스며들게 된다는 것.

나노기술은 노화방지 기능성 제품 외에도 선크림, 샴프, 립스틱 등 다양한 화장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활용한 화장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발표가 계속 제기되는 등 나노기술은 아직 공식적인 안정성을 입증 하지 못한 상황이다. 나노기술로 입자를 잘게 쪼개면 원래 물질에서는 없는 특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미국 주요 화장품 회사들이 나노기술이 FDA 승인이 날 때까지 해당 제품의 판매와 제조를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영국의 독립 과학기구 ‘로열 소사이어티’와 영국 소비자 그룹 등은 노화 방지 크림과 햇볕 차단 크림에 주로 사용되는 나노 물질 ‘풀러렌(fullerene)’에 숨겨진 독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브리스톨대 이식연구센터 게브딥 바브라 박사팀은 실험을 통해 나노 입자가 세포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세포의 DNA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고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한 바 있다.

나노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나노기술을 활용했다고 선전하는 제품이 드물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나노’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사 관계자는 “화장품에서 사용하는 ‘나노’에 정확한 기준은 없다”며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성분을 잘게 쪼갠 경우 마케팅 기법상 나노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나노의 위험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미약하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기준이 불분명한 나노라는 용어를 제품설명에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 주요 화장품 업체들이 공공기관 FDA의 승인 때까지 생산 중단을 선언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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