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새싹이 돋기 시작하고 목련꽃봉오리가 올라오는 불완전한 봄 3월! 새로운 꿈을 품고 의사의 길을 출발하는 새내기 인턴들과 더불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눈치를 보는 데는 귀신, 먹는 데는 걸신, 환자를 보는 데는 병신’이라는 소위 ‘3신’은 인턴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단어이다. ‘인턴의사’는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국가로부터 의사면허증을 받아 당당하게 환자를 진료할 자격을 부여받지만 임상수련과정에서의 업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인턴생활 1년 동안 각 진료파트를 순환 근무한 후에 4년간 전공할 진료과목을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수입이 보장되고 분쟁소지가 적은 안정적인 진료과목을 선호한다. 반면에 수년 전부터 기피과목으로 전락한 흉부외과를 생각할 때 2008년 TV드라마로 방영된 ‘뉴하트’에서 환자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가 떠오른다.

△흉부외과 진료의 특성

흉부외과는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 폐, 식도, 혈관 같은 중요한 장기를 다루는 진료과로서 업무의 난이도가 높고 위험성이 많아 분쟁의 소지가 상존한다. 최근 우리원에 흉부외과 진료와 관련하여 접수된 피해구제 건을 보면, 사고 후 사망과 뇌손상 등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환자상태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사고 원인은 검사나 수술과정의 문제, 수술 전후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조치미흡이다.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현황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6년부터 3년간 40%를 약간 초과하였고, 2009년에는 77명 정원의 27.3%(21명)만 채울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었다. 정부는 2009년 7월 3년간 한시적 정책으로 흉부외과 201개의 처치 및 수술수가를 100%(소요재정 486억원)인상했다.

수가인상에 따라 ‘빅4’병원(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병원)은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을 300만원에서 최대500만원 인상하여 전공의를 확보하였으나 서울 소재 모대학병원의 경우는 전공의 연봉이 억대에 근접함에도 흉부외과 전공의가(1년차부터 4년차까지) 한명도 없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수가100%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76명 정원에 36명(47.4%)이 최종 지원하여 최근 수년간 지원율과 별 차이가 없다. 정부의 수가인상 정책이 일부 대형병원에만 효과가 나타났고, 진료환자 수가 적고 수술 건수가 적어 추가 수익이 어려운 대다수 병원은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가 중환자실 당직과 응급실 환자를 담당해야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 기피이유

진료과목 특성상 흉부외과 전문의는 1, 2차 의료기관에서 3차 전문요양병원에 의뢰된 환자의 수술을 담당하는 것이 주 업무임에도 전문의 취득 후 한정된 자리의 전문병원 취업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또한 흉부외과는 개업을 하더라도 위험부담이 높아 볼 수 있는 진료가 한정되어 있어 경영난에 시달릴 우려가 많기 때문에 쉽게 개업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고된 수련과정을 거친 후에도 불투명한 장래 취업으로 인해 흉부외과 전공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를 위한 근본대책

우리나라의 고혈압과 심장병 환자 추이를 보면, 최근 5년간 심장질환의 경우 매년 환자수가 8.7% 증가했고 고혈압 환자는 매년 11.6% 증가하고 있어 향후 흉부외과 수술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흉부외과 전공의 부족현상에 따른 열악한 임상현실에 따라 상대적으로 자질이 낮은 수련의가 양성될 가능성이 크며,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다는 것은 곧 사망함을 의미하므로 국민건강에 끼치는 심각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환자수요에 따른 적절한 전문의와 전공의 인원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 가령, 각 병상에 따른 -300병상이상의 종합병원에서는 의무적으로 흉부외과전문의를 1명, 500병상이상은 2명, 1000병상 이상은 5명이상 등- 전문의와 전공의 필요 인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것이다. 흉부외과 의사를 준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실력 있는 의사확보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뉴하트’ 드라마 종영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실력 있는 흉부외과 의사는 외국으로 가고, 심장수술이 필요하면 인도와 중국 의사를 데려오는 현실이 머지않았다”는 대사를 생각할 때 실제로 이러한 일이 가까운 장래에 발생될 우려가 높음을 부인하기 도 어렵다.

“뉴하트 드라마가 흉부외과 의사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줘 드라마를 보면 속이 시원하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돈을 버리고 죽음의 최전선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수술을 하며, 힘든 수술 끝에 죽었던 심장이 살아나는 것은 심장수술 집도의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고 고백하는 어느 흉부외과 전문의가 생각난다.

초봄의 아름다움을 불완전함에서 느끼듯 새내기 인턴들의 아름다움은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돌보는 전공의 과정을 거쳐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전문의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느껴보는 봄이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의료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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