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불과 2년 전, 의사들이 요청하는 리베이트 때문에 제약회사의 발전이 저해 받고 있으니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을 처벌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제약협회였다.

그들의 요청에 힘입어, 정부는 의사들을 제약회사에 부정한 돈을 요구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의사접대금지법안이라 할 수 있는 해괴한 제도인 소위 ‘리베이트쌍벌제’를 입법함으로써 환자들로부터 존중 받아야 할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규정하였다.

리베이트쌍벌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제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의사들은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고, 그 공포에 의해 일부 의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제약협회의 주장이 옳았다면 리베이트는 사라졌어야 하고 정부는 약가를 인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제약협회의 주장이 옳았다면 리베이트쌍벌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의 소멸에 따라 약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여 약가 인하 조치가 시행되어야 마땅하고,제약회사들은 판매관리비의 절약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하여 제약협회가 경영악화의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은 리베이트로 인해 보험재정이 악화되고 제약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거짓 주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들은 리베이트쌍벌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베이트를 앞세운 공세를 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모 제약회사는 영업사원이 처방금액의 15%를 리베이트로 의사에게 제공하겠다는 ‘리베이트 제공 계약서’를 의사에게 들고 오기도 하였고, 또 다른 어느 제약사는 의사에게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안을 하였다가 항의를 받은 후 상급자가 사과문을 작성하여 보내기도 하였다.

제약회사에서는 일부 영업사원들의 과도한 의욕 때문에 일어난 일로 치부하겠지만, 본사측의 공식적인 지원정책 없이 말단 영업사원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즉 처방과 관련한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유지되온 근본적 원인은 의사들의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약산업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높은 복제약가를 유지해 온 정부의 보호막 아래 지난 수십년간 국내 제약회사들이 안정된 성장을 지속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두지 않고 경영을 모르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갑작스럽게 약가인하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우리가 인지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제약협회가 때늦게 의료계와의 공동운명체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를 막는 데 힘을 실어달라고 의료계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한 요청에 대하여 일부 노회한 사고방식을 가진 의사들이 배알 없이 손을 마주잡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올바른 정신을 가진 의사들은 분노를 참기 어렵다.

더욱이 전서울시의사회장을 역임했다는 의료계 원로가 “제약업계가 어려워져서 개원의들에게 찾아오는 영업사원이 줄어들면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의사들이 학술대회, 세미나에서도 의료정보를 많이 듣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업사원에게 많이 듣는데 의사들의 의료정보 제공에 문제가 되고 결국 환자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고 우려했다고 하니, 상식을 가진 의사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의해 심장이 터져나올 지경이다.

제약협회가 진정으로 의료계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의사들을 범죄자로 지목하고 리베이트쌍벌제를 요구한 행위에 대한 깊은 사과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고, 산적한 의료계의 현안들을 외면하고 제약사들이 정부의 보호막 속에서 흰봉투를 뿌려대며 성장할 수 있던 현실에 안주해왔다는 뼈아픈 반성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목표하는 전국의사총연합은, 제약협회가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8만명을 동원하여 치르겠다고 공언한 궐기대회를 취소하고 의료계에 진지한 사과를 우선할 것을 요구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리베이트쌍벌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공세를 하고 있는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불법적인 현장들을 빠짐 없이 모두 공개함으로써, 제약회사들의 주장의 허구성을 낱낱이 국민 앞에 밝힐 것이다.

2011년 11월 16일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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