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의료분쟁조정법인가? 의료분쟁조장법인가?” 국민 건강 볼모로 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역주행을 규탄한다!

2011년 4월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등의 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라 함)이 국회를 통과한 이래, 의료계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연착륙을 기대하며, 관련 직역 및 학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및 토론회를 개최,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에 개진하고, 복지부가 주최하는 각종 대책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복지부의 하위법령 작업에 적극 협조하여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진정 안정된 의료환경 조성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을 위한 전문가단체로서의 충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월 8일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살펴보면 과연 복지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부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실제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은 의료계의 첨예한 관심사였던 산부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보상비용 부담 문제에 대해 의료계가 전문가적 견해로 국가가 전적으로 재원부담의 책임을 져야할 것임을 거듭 주장해 왔음에도, 결국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부담을 지우게 하여, 저출산과 경영난으로 인해 가뜩이나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감소하고 있는 분만 산부인과의 몰락에 기름을 부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현상 심화, 산부인과 붕괴로 인한 의료인프라 왜곡, 국가 출산율 저하, 국민건강권 침해가 필연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또한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은 의료기관에 대한 감정단의 사실조사결과와 조정과정에서 제출되거나 작성된 감정자료를 아무런 제한규정 없이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조정중재원을 환자측으로 하여금 필요한 자료만을 획득한 후 조정절차를 중단하고 소송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단순한 사고평가단으로 전락시켜 버렸으며, 그 밖에 손해배상대불금의 성격, 의료사고감정단 권한 남용 문제 등에 있어서도 그동안 의료계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연착륙을 기대하며 개진해왔던 모든 의견과 요구사항들에 대해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회피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복지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위험하고 일방적인 역주행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주행으로 인해 의료분쟁조정제도가 과연 합리적으로 연착륙 될 수 있을지 마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료계는 전문가로서의 의료계 의견을 모두 묵살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위험천만한 외줄타기를 벌이고 있는 복지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다시 한번 합리적인 하위법령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재검토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만약 의료계의 진심어린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또 다시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묵살한다면 의료계로서도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연착륙을 장담할 수 없으며, 더불어 더 이상 복지부를 협상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복지부의 일방통행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의료분쟁조정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전면 거부하고, 조정중재위원회, 감정단 등의 의사 참여를 거부할 것이며, 기타 의료계가 취할 수 있는 모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다음과 같이 보건복지부에 요구합니다.

첫째,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재원은 반드시 국가가 마련해야 합니다.

입법예고안은 불가항력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 이에 대한 재원 부담을 국가 50%,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50%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은 과실이 있어도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고, 과실이 없어도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저출산 심화로 인해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분만기관이 점점 줄어들어 의료인프라가 왜곡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입법예고안은 산부인과의 파산과 산부인과 의사 부재로 인한 출산원정 심화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법리적으로도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일방당사자에게만 책임 및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입니다. 이에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이에 대하여 국가 부담 또는 보험제도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한편 복지부는 기존 위험도 상대가치점수가 있음을 그 근거로 주장하고 있지만, 최초 1997년 상대가치 1차 연구에서는 의사업무량 상대가치와 진료비용 상대가치로 수가를 정하였고, 당시의 보험재정이 영세하기 때문에 위험도 상대가치 점수를 별도로 만들지 않았으며, 2008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2008년 점수당단가(환산지수)를 조정하면서, 위험도 상대가치점수로 인한 수가인상 부분을 상쇄하였으므로, 현재 수가에 의료사고 비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반영되지도 않은 위험도상대가치점수에서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억지이며, 이에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재원은 반드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것만으로 어렵다면, 건강보험재정, 의료급여기금, 약화사고피해구제기금, 과징금 등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

둘째, 감정단의 역할(권한)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합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을 잘못 해석할 경우 형사법원, 검찰, 경찰, 심지어 일반 민간기관 등에서 감정단에 감정을 의뢰한 경우에도, 이 법에 의한 감정단 및 감정절차에 관한 모든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이 법에 의한 감정절차를 강제하게 됩니다.

또한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에게 의료사고 발생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관련 문서 등을 조사?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이 이를 거부할 시 형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규정이 잘못 운영될 경우 의료사고감정단은 ‘의료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 조차 반드시 영장에 의해 하도록 하고 있는 압수수색을 증표 외에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토록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다른 기관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경우 다른기관의 범위를 반드시 제한하고, 이 법에 의한 별도의 사실?자료조사를 하지 않고 ‘해당 기관에서 제출한 사항(자료)에 한정하여’ 감정절차를 운영토록 하거나, 인적사항을 제외한 별도의 감정서의 양식을 사용토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감정단이 필요 이상의 업무(권한행사)를 하지 않도록 제한하기 위해 반드시 하위법령으로 사실조사 등 업무요건, 절차, 범위, 방법 등을 정해야 합니다.

셋째, 환자측의 감정서 원용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고(환자)’의 입증부담을 ‘감정단’이 담당하고 감정단은 이를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여 ‘보건의료인 또는 보건의료기관’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칫 감정단이 사고평가단으로 전락하거나 환자측에서 감정단을 증거수집 절차로 악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환자 등이 조정중재원에 감정서, 조정결정서, 조정조서 등 서류를 제한없이 열람, 복사 신청하게 되어 있어, 환자는 감정서만 받으면, 이를 근거로 조정절차를 중단하고 소송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에 감정서가 외부로 원용될 수 없도록 하거나 아니면 감정서가 외부에 원용되어도 실익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입법예고 안은 감정결과의 결론을 다수결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감정서에는 별도의 합의절차 없이 각 감정위원별 감정소견만을 각각 기재토록 하고, 이러한 감정소견을 토대로 조정위원회가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감정제도의 기본취지와도 일치한다 할 것입니다.

아울러 조정절차가 일정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악의적으로 탈퇴하려 할 경우 등 환자측에서 감정제도를 증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명백할 경우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환자측의 감정서 등 열람?복사 요청도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 넷째, 손해배상 대불금은 반드시 예치금 성격을 취해야 합니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각 집행권원에 따른 청구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운용하고자 한다면,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조정중재원에 납부해야 할 손해배상 대불금의 성격을 ‘부담금’으로 볼 경우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부담과 구상권 행사로 인한 대불금 상환 의무를 동시에 지게 된다는 점에서 위헌문제가 발생됩니다.

이에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부담은 조정중재원에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하는 기금으로 평가하되, 향후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며, 아울러 청구시기 또한 손해배상금의 대불을 받고자 하는 자가 상대방에게 금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금원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금 대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2011년 11월 25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분만병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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