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수명 차이는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재미있는 일은 성별에 따른 수명차 때문에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양로원에서는 보이프렌드 쟁탈전이 벌어진다는 소문이다.

여자들 틈에서 광채를 발하며 말년에 여복을 누리려면 남자들은 무엇보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럼 어째서 남녀 간의 수명차가 생기는 것일까? 수명은 생물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하루살이는 1년, 쥐는 2년 반, 사람은 70~80년, 코끼리는 100년을 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 동물의 산소 소비량을 비교해 보면, 수명이 짧은 동물은 체중이 가벼운데도 산소 소비량이 많다. 즉 동물의 몸집이 큰 만큼 단백질의 대사, 회전이 천천히 일어나서 수명이 크게 연장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인간의 남녀를 비교해 보면, 여성 쪽이 기초대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여성 쪽이 폐가 작아 산소 소비량이 적은 것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따라서 여성은 같은 작업을 하는데도 에너지를 적게 소비한다. 예를 들면, 남성은 하루에 1400㎉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데 반해 여성은 1150㎉면 족하다.

이 차이가 축적되어 5년의 수명 차이를 만든다고 생리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수명과 질병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남자 쪽이 병에 잘 걸리고, 여성은 잘 안 걸리는 것도 생명의 장단에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보면, 위암은 압도적으로 남자에게 많고, 또한 기관지 천식, 폐기종 같은 질병도 2배 정도 남성에게 많다.

이 밖에 당뇨병, 고혈압, 폐렴, 위장병, 간장병, 통풍, 심혈관계 질환, 심지어 인플루엔자까지도 남자들이 걸리기 쉬운 질병들이다. 반면에 여성질환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고작 류머티즘, 전신성 홍반증 등의 교원병(膠原病)을 그 대표로서 손꼽을 정도다. 이것은 자기면역질환이라고 알려진 질병 그룹인데, 한마디로 면역력이 지나치게 강해서 초래되는 질병군에 속하는 것들이다.

여성이 장생하는 것은 바로 이 면역의 강도가 크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의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여성은 비단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한 반면 남성은 약하다는 사실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의 정신병인 자폐증은 소년이 소녀보다 4배나 더 많고 소아성 정신분열증의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보다 8~10배가량 더 많다.

이런 성차는 노인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60세를 넘긴 남성이 상처하면 그 70%가 3~4년 내에 죽는다고 하는 데이터가 있는데, 여성의 경우는 60세를 넘어서 남편과 사별해도 별로 수명에 영향이 없다. 이런 조사 수치들은 모두 남성이 고독에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성 치매도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많아 65세를 넘으면 13%가 망령이 든다.

반면에 여성은 그 가능성이 3% 미만이라고 한다. 남녀 간의 소통이 없고, 뇌를 별로 사용하지 않게 되면, 망령이 들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남성에게 이런 부류의 인간이 많고 여성은 적은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또한 자살도 남성 쪽이 3~4배나 더 많다. 알코올중독이 되는 것도 여성보다 남성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직까지 해명된 바가 없고 다만 뇌에 대한 스트레스를 수용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초래된다는 것만 동물실험을 통해 인지했을 따름이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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