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미국에서 건강보험개혁안이 미하원에서 통과되었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국민의 건강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영화계의 악동 마이클 무어가 제작한 영화 식코(Sicko, 2007)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어 보라고 했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서 질병을 치료하는데 이토록 힘들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게 되었다.

악동답게 마이클 무어는 관객들을 매우 자극했기도 하였지만 미국내 의료보험제도는 실제로 복잡하기도 하고 불충분하다. 건강보험개혁법이전에 미국의 건강보험은 일반보험가입자와 취약계층보험가입자로 구분될 수 있다.

우선 취약계층보험가입자는 65세이상 노년층 대상의 공공보험인 메디케어가입자와 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 가입자로 각각 4200만명, 3900만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전 국민의 27%를 차지한다.

일반보험가입자는 직장을 통해서 고용주와 고용인 공동 부담하는 민간보험가입자와 시중 민영보험가입자로 각각 1억5800만명과 1500만명이 가입되어 있어 전 국민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 국민이 무려 4700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15%나 된다.

이렇듯 건강할 최소한의 권리마저 확보하지 못한 미국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답게 이번 개혁안에 대하여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던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과도한 재정지출, 전통적인 시장경제중심주의에 반하는 이념논쟁,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혜택이 주어질 경우 노인층에 대한 혜택은 감소할 것이라는 점, 낙태에 대한 보험지원 반대, 불법이민자들까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에 대한 반감 등 종교, 가치관, 이데올로기, 인종, 경제성 등 많은 이슈들이 나타났고 토론되었고 결정되었다.

한편 OECD는 2009 세계의료현황-한국편 보고서에서 2007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높고, 2007년 의료비 지출은 GDP대비 6.8%로 OECD회원국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며, 2007년 의료비의 국가 부담률도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고 분석하였다.

그런데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가계경제는 처음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반면, 가계지출에서 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대비 8.3% 증가하였는데 이는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율(7.2%)보다 높은 수준이다.

급속하게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고 환경문제나 신종 바이러스 등 신종질병 발생이 발생하는 등 앞으로 각 개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국민 모두가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과 개개인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민영의료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더욱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상호보완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우선 건강보험제도는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실현 등 사회보험 본연의 목적에 적합한 효율성을 증진시키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민영의료보험(개인의료보험)에서 국민들의 소비선택능력이 제고되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민영의료보험 가입은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필수적이라는 감언이설에 설득당하지 말아야 한다.

또 민영의료보험가운데 민영실비보험은 실제로 발생한 손실에 비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이 경우는 반드시 중복가입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또 민영의료보험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 T-gate에서 제공하는 보험서비스 비교구매나 가격비교정보, 보험비교전문사이트 등을 통하여 구매 전에 소비자만족도와 가격정보를 찾아 비교하는 현명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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