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생태구조가 독특하다. 1차 소비자인 의약사,2차 소비자인 국민으로 이어진다.

상위 ‘포식자’는 의사이고,약사가 차상위, 제약업체는 을의 을이다. 국민인 일반소비자는 '봉'이고···.

이런 생태계가 만들어진데는 고도의 지적 기술이 요구되는 '처방과 조제'라는 제도에서 기인하고 있다.

제약업체가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어도 의사가 처방해주지 않으면 그만이고, 약사가 팔아주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이 환자의 임상검사 결과 가장 좋다는데야 누가 이의를 다나.

제약업체가 애써 전문약을 만들어놓고 의사가 처방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도태되는 게 그런 이유다. 지금도 많은 제약사들이 땀흘려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사장되거나 사라진다.

사례 한토막. 몇년전 어느 제약사는 회사를 이끌어오던 간판약을 만들어 의사처방을 받아왔다. 한때 매년 수백억원씩 떼돈벌며 잘나갔다. 그러다 어느날 처방약(보험급여)에서 탁락했다.

치료제가 아닌 치료보조제 성격이라는 판정이 난 것이다. 이런 판단은 의사가 주도적으로 했다.

해당 회사의 매출은 그후 반토막났고, 회사는 하루 아침에 벼랑에 몰렸다. 역사가 수십년된 그 회사는 지금도 직원,조직 줄여가며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회사 오너曰, “의사X들,민나 도로모 데스(일본말로 모두 도둑이다)”라면서 피를 토했다는 후문이다.

제약업체들이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은 한마디로 똑똑한 약을 만들지 못해서다. 이 약을 쓰지않으면 절대 안되는 약을 개발하면 되는데 그게 안된다. 인기좋은 복제약 만들어 의사에게 적당히 리베이트 주고 영업해오다 험한 꼴 당하는 것이다.

의사가 상위 포식자이기는 하지만 견제세력도 있다. 의사의 ‘저승사자’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병·의원,의사의 진료·수술이 과했는지,적절한지를 심사한다.

무엇보다 의약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는 복지부 관료와 정책이다. 정책 하나로 죽고 사는 것이다.

리베이트 규제,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성분명 처방···하루아침에 의사든,업체든 밥그릇을 깰수 있는 혁명적인 정책들이다. 최근 보건당국이 수백개의 고혈압약을 재분류하겠다고 나섰는데 업계는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요즘 일부 제약사들이 글로벌 회사들과 필적할 신약도 만들고 있다. 필사적으로 살기위해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위궤양 신약도 만들고,항암제도 만든다. 세계 시장에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자,자동차,제철,조선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아직 갈길이 멀고,열악하다.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정책의 온실속에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신선놀음하다 경쟁력을 잃은 게 우리 제약업이다. 규모도,몸집도 키우지 못했다.

요즘 제약사,제약유통 관련 업체 300여개가 바글바글 뒤엉켜 연간 12조원 규모 시장에 기대어 살고 있다.

삼성전기 한해 매출,삼성전자 한해 이익규모만도 못하다.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없다. 이런 풍토에서 유통비리,처방비리가 난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약사들의 위기의식이 어느때보다 높은 게 요즘이다. 혁명적 정책으로 제약사들은 공황상태다. 당장 실력없으면 간판 내리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그래서 대부분 업체들은 살길이 막막하다. 변화의 흐름을 타지못한 댓가를 우리 제약사들이 톡톡히 치루고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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