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직장인 최모씨(서울시 강서구 염창동)는 아기가 아파서 처방받은 약을 지으러 약국에 갔다가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약을 지어주는 조제실은 왜 공개하지 않고 안쪽 구석에 투명하지않게 설치돼 있는 걸까하는 의구심이다.

최씨는 “별 것 아니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들이 먹는 약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약사가 직접 짓고 있는 것인지, 위생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니 다소 불안한 생각까지 들었다”며 지난 10일 한 종합일간지에 독자투고를 했다.

사실 최씨의 생각은 일반적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 서울 시내 대부분의 약국 조제실은 조제실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설계돼 있다.

약국 인테리어 업자들도 약국 조제실을 소비자에게 보이도록 인테리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약국 인테리어 전문 디자인 회사 관계자는 “조제실을 공개하는 부분은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조제가 많은 바쁜 약국의 경우 위생적으로 약을 조제하기가 어렵다. 처방전을 보기 위해 컴퓨터 등 사무집기를 만지다가 일일이 손을 씻고 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뼈있는 얘기를 했다.

또 다른 인테리어 업자도 “약이나 조제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약사분들이 100% 불편해한다”고 잘라 말했다. 왜 그런가.

이에 대해 하계동 D약국 약사는 “요즘에는 (조제실을) 개방적으로 많이 하는 분위기지만 대부분 그렇게 잘 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을 아꼈다.

구의동의 G약국 관계자는 “조제실을 개방하려는 논의가 약사들 모임이 있을 때 간간히 나온다”며 “실제로 나도 4여 년 전에 그런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공간이 좁을 경우 약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어렵고 특히 물품들을 쌓아놓을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와 비용 문제 등이 있다 보니 쉽게 조제실 인테리어를 바꾸게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는 가끔 조제실이 개방돼 있으면 더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의 민원이 있으나 이로 인해 의료 사고 등이 발생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그렇지만 대전의 한 한방병원이 환자의 알권리 찾아주기 차원에서 약제실ㆍ탕전실 투어를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이 한방병원은 처음으로 입원 및 외래환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한 달에 두 차례씩 약제실과 탕전실을 공개하고 한약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줬다. 

약제실이나 탕제실을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 약국이나 병의원 등이 꺼리는 분위기이지만 한방병원의 경우를 약국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 소비자는 “솔직히 환자 입장에서 무슨 약을 어떻게 조제하는지 잘은 몰라도 조제하는 과정은 보고 싶은 게 사실”이라면서 “어떤 약국에서는 약사가 식사를 하다가 그냥 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일부 약사들의 비위생적인 점을 지적했다. 

일류호텔은 물론, 일반식당들도 주방장을 공개하는 분위기다. 하물며 국민건강을 다루는 조제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약국도 소비자의 불신을 덜기위해,사랑을 받기위해 이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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