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오지혜 기자] 국내 처음으로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가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원장 송재훈) 심장혈관센터 이영탁·전은석 교수팀은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지난해 8월17일 성공했고, 최근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10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이번 수술 대상은 올해 일흔을 훌쩍 넘긴 배정수씨(남·76세)로서 수술은 흉부외과 이영탁 교수의 집도 아래 11시간에 걸쳐 장시간 진행됐다. 앞서 미국에서 수술 교육을 받았던 이 교수는 우선 기존에 수술했던 인공 대동맥 판막 부위를 막고, 인공심장을 삽입했다.

좌심실의 혈액이 기계로 들어올 수 있도록 심첨부에 구멍을 만들고, 대동맥으로 혈액이 흐를 수 있도록 인공호스를 연결했다. 또 인공호스 사이에는 혈액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펌프를 설치했다.

모터로 움직이는 펌프가 돌기 시작하면 심장은 뛰지 않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일정하게 흐르게 되는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 다음날 의식을 회복한 배씨는 넉 달여에 걸쳐 근력과 체력을 되찾아 갔고, 아침, 저녁으로 산책이 가능할 정도로 심장 기능을 회복해 퇴원했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수술을 집도했던 이영탁 교수는 “수술이 잘 됐지만, 환자가 고령인 데다 수술 전 체중이 50kg도 안될 정도로 많이 허약했었다”면서 “이제는 오랜 병력으로 약해진 근력 등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앞으로의 삶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술을 받았던 배정수씨는 "인공심장과 연결된 전선 가닥과 배터리가 옷 사이로 스치듯 보이는 것만 제외하면 외관상으로는 특별한 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수술 전만 하더라도 겁이 났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많은 것들이 좋아졌다"며 의료진에 감사했다.

배씨의 수술 후 관리를 맡았던 순환기내과 전은석 교수는 "배씨처럼 말기 심부전 환자는 늘고 있는 데 반해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공심장 이식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돼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술은 심장 기능을 대신하기 위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인공심장을 몸 속에 삽입, 혈액이 끊임없이 순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

좌심실 기능이 저하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만성 심부전 환자가 수술 대상이며, 심장 이식을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거나 여러 이유로 심장 이식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시술할 수 있다.

외국에서 현재 사용 중인 인공심장 장치는 2005년 첫 수술 후 현재까지 최장 7년 생존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수술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 연간 1000례를 웃돌고 있는데, 이는 연간 심장이식 3000례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3차례 수술을 허가받았으며, 배씨 이후 2차례에 걸쳐 국민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한 임상을 위해 내년까지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전액 무료로 2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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