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처럼 건강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적이 드물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빚어진 교훈의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신종플루가 인류건강을 위협하면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가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고,이 약을 만드는 스위스의 다국적사 로슈는 이웃사촌처럼 가까워졌다.

한방에 대박을 낳은 드림드럭(꿈의 신약)이다. 하지만 항바이러스가 안먹히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이 인류를 또다시 위협할 태세다. 드림드럭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스피린,비아그라,꿈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인류가 고비를 맞이할때마다 인류를 구제한 드림드럭이다. 요즘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기술과 약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질병은 숨박꼭질하듯 출몰하고 있다. 

인류를 질병의 위협에서 구한 드림드럭에는 다국적사들이 있다. 장사속은 있었지만 그들은 위대하기까지 하다. 화이자,바이엘,로슈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이들은 축적된 기술과 자본을 무기로 드림드럭의 시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제약사도 훌쩍 100년이 넘었다. 조선 왕가에서 왕의 탕약을 제조하던 노하우를 가지고 창업한 동화약품을 비롯해 웬만한 업체들은 연륜이 50~60년이 흘렀다. 이제 연륜으로 보면 한가닥할때가 됐는데도 삼성전자의 반도체,LED TV처럼 세상을 놀라게할 드림드럭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국적사의 특허가 끝난 약을 베낀 복제약말고,새롭게 만든 신약이라야 14개에 불과하다. 이런 신약들도 세계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정도로 허약하다.

왜 이런가. 제약 분야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아주 영세하기 때문이다.

한국제약협회에 가입한 업체들은 190여개. 유통 등 제약과 관련해 먹고 사는 기업들은 320여개에 이른다. 시장은 12조원쯤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가 삼성전기의 연매출쯤 될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동아제약의 매출은 8천억원정도. 비아그라,아스피린을 만든 세계적인 화이자의 매출은 50조원쯤으로 추정된다.

덩치에서 밀리니 연구 개발 투자가 열악하고 그 결과는 당장 돈벌이에 나서기 좋은 복제약에나 매달리는게 우리제약업계의 열악한 현실이다.

업체들은 신약 개발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하는데 인이 박혀있다. 의사나 병원에 리베이트주고 “우리약 써달라”고 하면 되니 돈많이 드는 신약 개발에 굳이 나설 필요없다.

사실 신약은 돈이 많이 들어 영세한 국내 제약업체들이 감당하기에는 무리다.  중견기업 일양약품이 항궤양제 '놀텍'이란 신약을 개발하는데 22년,3천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렇듯 십수년간 수천억원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도 외국에서 임상에만 또다시 수천억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러니 인류 구원과는 별관련없는 음료수나 만들고 신약은 다국적사 뒷북치기 바쁜 것이다. 

타미플루도 미국 길리어드라는 작은 기업이 개발했지만 결국 개발비가 없어 로슈에 그 기술을 넘겼다. 

작은 기업이 타미플루같은 백신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는 것도 위험하다. 돈들어 공장지어놓고 요즘처럼 새로운 유행병이 창궐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한다. 백신 개발의 리스크가 큰 것이다. 영세한 국내 업체들이 선뜻 신약 개발에 나서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국내 제약사들이 지금 할수 있는 일이라곤 거대 다국적사하고 손잡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약 주권을 찾기 어렵고,세계 제약 시장에서도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제약 업계가 역사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것은 규제의 벽,경쟁없는 온실효과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약사,업체의 생태계 사슬과 권력,이런 '칸막이 텃세'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얼마전 삼성전자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겨냥해  바이오 복제약 생산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돈이 천문학적으로 많이 들어 국내 제약 업체들이 엄두도 못냈던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우선 5천억원을 우선 투자하고 2012년쯤 시제품을 내놓겠다고 했다.  국내 제약 업쳬들이 매년 투자하는 신약개발규모가 6천억원안팎에 달한다.  어떤 쓰나미가 닥칠지 짐작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전자업계의 스승 소니를 추월했듯 언제인가 화이자를 추월할 수 있을까. 그래서 드림드럭의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제약 업체들은 다소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지만 이제 제약 분야도 지각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쟁은 이제 시작됐다. 

규제의 틀안에 갇혀 안주하던 의약사에게,레베이트로 약팔아오던 국내 업체들에게 태풍이 불지않고서는 우리나라에서 화이자같은 기업은 영영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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