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몹시도 깁니다. 그때 그날처럼”
요즘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정변을 일으키는 날 밤 자신의 정부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제 밤은 나에게 너무도 긴 밤이었다. 미실의 그날처럼. 그것도 단지 담배 한 모금과 모기 몇 마리 때문에.

밤 10시경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인터넷으로 자료 좀 찾고 있다가 그만 흡연욕구를 참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연기는 싫으니 아이러니하다. 환기를 시키려고 한 시간쯤 현관문과 창문을 열어 두었다. 이때 따뜻한 곳을 찾아 모기 대여섯 마리가 들어왔나 보다.

“에에엥~~~” 밤 12시경 잠자리에 들며 전기 불을 끄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기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불을 키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게 잘도 숨어있던 놈들이 불을 끄자마자 활동을 개시하다니 정말로 생존 본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룻밤 모기와의 전쟁은 시작됐다. 이불을 끌어다 얼굴을 덮으면 발가락을 문다. 이번엔 숨쉬기가 답답해 얼굴을 내리고 발을 방어하면 이마를 물고 난리다. 조용한 방안에서 귓가를 스치며 날아다니는 모기 소리는 왜 그리도 큰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정말로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뿌리는 모기약이라도 사오고 싶다. 단지 ‘귀차니즘’이 작용해 모기와의 전쟁을 계속한다. 이날 전투결과는 9곳에서 피를 빼앗기고, 3마리의 모기를 전사시켰다. 누구의 승리인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는 모두 2500여종의 모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암컷은 흡혈 습성이 있어 사람을 공격하고 황열병, 말라리아, 뎅그열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바르는 모기약을 비롯해 뿌리는 모기약, 연기를 피우는 모기약, 최근에는 전자 모기향까지 개발하며 모기에 대항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기로 인해 직업도 생기고 제약회사들은 수익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끔 해외토픽에 보면 사람들이 전갈 또는 독사 수백마리와 몇일을 갖이 보냈느니, 기네스 신록을 세웠느니 하는 기사를 접한다. 하지만 모기와 함께 이런 모험을 즐겼다는 소식이 없는 거보면 모기가 독종 중에 제일 독종인가 보다.
다음에 모기약 만드는 회사에 취재가면 물어보아야 겠다. 여름철 아니 이제는 사계절 짭짤한 수익을 올려주는 모기가 좋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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