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떠나 자영업 해보니
회사 떠나 자영업 해보니
  • 방원석 발행인
  • 승인 2010.05.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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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즉손(動則損)-. 움직이면 돈,곧 비용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조직운영의 기본이지요. 전화,커피,물,식사,회식비 등이 그렇습니다.  

회사에 기대어살때 느끼지 못하는 동즉손. 자영업을 할때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낍니다.

큰 조직에서 떠나 회사를 차리고 운영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본이 적더라도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아이템,자본,인력이 절대 열세입니다.

가뜩이나 큰 조직의 우산아래 ‘치즈’를 찾지않고,안주했던 직장인들이 은퇴하거나 갑자기 회사를 떠나면 십중팔구 할 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그렇다고 갑자기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하기란 더더욱 엄두가 나지를 않습니다.

더구나 큰 회사,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일수록 벼랑에 몰립니다. 자존심,아이템·배짱 부족‥새로운 도전에서 걸림돌 투성이입니다.

과거 같은 신문사에서 근무했던 한 선배는 10여년전 고릴라라는 고깃집을 차려 꽤 성공했습니다. 프랜차이즈로 점포수도 늘여 지금은 나름대로 유명세도 타고 있습니다.

그 선배는 직장 관두면 음식점을 차리기로 결심하고 재직중 ‘음식 연구’많이 했습니다. 남대문에서 비빔밥,된장찌게 잘하는 음식점,주방장을 눈여겨 두었고,용산 삼각지의 유명한 삼겹살집을 틈만나면 들락거렸습니다. 식도락가여서 그런 줄 알았지요.

어느날 선배하고 다투고나서 갑자기 사표를 던지더니 용산 삼겹살과 남대문 비빔밥,된장찌개를 조합해 회사주변에 고릴라라는 음식점을 차렸습니다. 삼고초려 끝에 삼겹살을 납품받고, 비빔밥,된장찌개 주방아줌마를 스카웃했습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었고,사업초기에는 다니던 회사 동료,선후배들이 자주 찾아와 매상을 올려줬습니다. 음식점이 성황을 이루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점포 십여개를 거느린 번듯한 음식점 사업가로 성장했습니다.

그 선배는 어느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게 아니라 직장다닐때부터 아주 주도면밀하게, 그리고 추진력있게 음식점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번듯한 직장을 은퇴하거나 그만둔후 정치판과 선이 닿기전에는 전 직장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직장 잡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습니다.

직장 눈높이를 낮추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조건이나 앞날이 불투명해 영 성에 차지를 않습니다. 기회가 오기만 기다리다가 지인사무실에서 세월낚다가 허송하기 일쑤입니다.

무엇보다 대기업에서 한때 큰소리치고 호사를 누렸던 귀족 직장인일수록 노하우는 많아도 실행에 옮길 자생력과 내공이 부족합니다. 번듯한 공기업이나 정치판에 기웃거려 자리하나 얻으려는데만 신경씁니다. 여간해서 자영업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한때 국내 4대지였던 한국일보 출신들이 재야에서,자영업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조중동’출신들은 군소 신문사차려 자영업하는 경우가 드물지요.

한국일보 경영이 흔들리자 생존의 자구책을 신문사 창간 등 자영업에서 찾은 것입니다. 머니투데이,이데일리,뉴시스···요즘 나름대로 자리잡은 중견 신문사들이 한국일보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언론사입니다.

‘조중동’은 직장이 비교적 안정되다보니 구성원들이 거의 은퇴시기까지 회사를 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재야에서 한국일보 출신같은 생존형,위기돌파형 활약상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의약전문지에 뛰어든 것은 마이너 생활을 할때 얻은 아이디어,내공의 힘이 컸습니다. 메이저 생활을 계속했다면 아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경제지 파이낸셜 뉴스에서 초대 유통사회부장을 지내면서 유통의 일부인 제약을 담당했고,잠시 근무한 인터넷 의약전문지에서 구체적인 실무를 익혔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 전문지를 운영해보니 여간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신문편집에 대한 노하우보다 인맥부족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의약계 인맥을 꾸준히 쌓으면서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이어가려고 온갖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영업에서 정말 가장 소중한게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의약계에서 인맥은 두텁지않았지만 ‘미래의 싹’을 눈여겨보고,또는 작은 인연을 외면하지 않고 ‘눈딱감고 지원해주는’ 몇몇 소중한 인맥이 있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JK뉴스미디어,메디소비자뉴스의 창간 머릿돌에 그들의 이름이라도 새기고,보답할 날을 기다립니다.

머니투데이 창간을 주도했다가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박무사장은 창간초기 한국일보당시 쌓아온 인맥의 도움을 많이 얻었습니다.

일전에 이계안 전 국회의원을 만났더니 이 의원은 현대자동차사장 시절 고 박무사장이 신문사를 창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지시를 실무진에 했다고 전했습니다.

재계에서,금융계에서 쌓아놓은 고 박무사장의 인맥들이 앞다퉈 머니투데이 창간 초기 도움을 손길을 주었고,머니투데이가 오늘날 괄목할 성과를 이루는데 밑걸음이 된 것입니다.

자영업을 해보니 세상의 인심을 새삼 실감합니다. 비로소 사람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럴수록 쌓이는 내공,자생력도 비례합니다.  자영업을 해보니 한마디로 '피를 말릴때도,뱃짱 편할때도' 있습니다.

‘실력없으면 죽는다.’ 자영업의 생태계는 더 냉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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