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계절이다. 산과 나무들이 싱그러운 녹색빛으로 물든 모습을 보며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지갑을 열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어버이날에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 건강검진권을 선물로 드리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는 지인은 부모님 환갑 효도선물로 건강검진을 시켜 드렸는데 대장 내시경 후 장천공이 발생되어 오히려 고생만 시켜드렸다고 속상해 하는 것을 보았다.

의료 장비의 급속한 발전과 국내 의료 기술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고, 특히 내시경 기구의 발전은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많은 기여를 하여 중요한 의료 기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내시경으로 위장이나 대장으로 들여다 보고 용종(암이 의심되는 덩어리)이나 이상이 의심되면 즉시 조직을 떼내어 검사할 수 있어 암의 조기 진단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시술의 특성에 따른 진단의 한계, 시술자의 경험 부족이나 시술시 부주의 등으로 장천공이나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여 추가적인 진료비 및 신체적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에도 내시경 시술 후 부작용 발생 사건에 대한 상담건수가 적지 않다. 올해도 4개월 동안 위장과 대장 내시경 시술 후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상담이 약 60여건에 달하고, 주요 상담 내용은 내시경 후 위장이나 대장이 천공되거나 출혈이 발생한 건, 위내시경 검사 중 치아 보철이나 의치가 손상된 건, 수면내시경 후 침대에서 낙상한 건 등이 있다.

건강한 일반인이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위장이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장이 천공되고, 복막염이 진행되어 복강경이나 개복술로 수술을 받게 되어 2~3주 동안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거나, 혹은 이후 2~3주일 동안 일을 못하게 된 것이 원인으로 다니던 직장까지 강제 퇴직(계약직 직원)을 당하게 되었다면 어느 소비자가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반면에 시술을 한 의사의 해명을 들어보면, 1달에 100여건의 내시경 시술로 숙련된 기술이 있어도 검진자의 장이 정상보다 매우 약해져 있거나, 위장이나 대장에 염증이 심한 경우는 시술을 조심히 해도 불가피하게 부작용이 발생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장이 굽어지는 S상 결장 부위는 대장 내시경시 진입이 어려워 천공의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런 경우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는 의사도 있다.

그렇다면 내시경을 시행하는 의사가 적합한 능력을 기르는데 필요한 시술 건수는 어느 정도일까 .

수련의의 수준(내과일반의, 외과의, 소화기전공의 등)과 대한 소화기내시경학회의 권장 수준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상부 위장관 내시경(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각각 독자적으로 시행한 내시경 건수가 최소한 50~100건이 되도록 권장하고 있고, 대한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소화기 내시경 세부 전문의 자격 인정 제도를 마련하여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의에게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자격이 없어도 내시경 시술이 가능하고, 또한 의료 행위에 있어서 의사에게 숙련된 기술이 있다고 하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늘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내시경 시술을 하기 전 의료인은 시술을 받는 검진자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반드시 설명해야 하고, 또한 부작용이 발생되었을 때는 지체없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시경 후 장이 천공되었다면 그에 따른 모든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각 사안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장이나 위장에 용종이 있어 제거하다가 출혈이나 천공이 발생되었지만 검진자의 대장과 위장이 염증으로 약해져 있거나, 의사도 예상치 못한 시술 2~3일후 지연성 출혈이 발생하였거나, 내시경 검사 전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의사에게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러나 건강검진으로 대장 내시경을 하였고, 장에 아무런 병변이나 이상이 없었으나 장이 천공되었거나 혹은 내시경 검사 전 천공이나 출혈에 대한 부작용 설명이 전혀 없었다면 의료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것이고, 소비자가 요구할 수 있는 범위는 추가 치료비, 입원 기간의 일실이익(휴업 손해), 위자료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내시경 검사 전 검진자에게 보철이나 틀니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시술을 하여 보철이나 의치가 파손되었거나, 수면내시경 후 관리를 제대로 한지 않아 침대에서 낙상한 경우는 대부분 의료인의 책임이 인정된다. 그러나 장 천공으로 입원을 하게 되어 직장을 잃게 되었을 경우라도 입원에 따른 퇴사(실직)는 특별손해로 보아 인정받기가 어렵다.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누구의 잘못이던지 간에 환자와 의사 모두가 힘들고 마음을 다친다. 의사의 과실이 분명한 의료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의사와 신뢰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든가 혹은 의사가 본인의 시술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해 주었을 경우 소비자도 그런 의사의 진심된 마음을 알아 줄 것이다.

내시경 의료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술을 하는 의료진이 시술 중 합병증 발생 여부를 신중히 확인하고, 시술 후에도 충분한 경과 관찰을 통해 부작용을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최대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의료소비자도 외국에 비해 의료인의 수가 부족한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환자의 건강 증진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는 반드시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의료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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