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현재 국내 제약시장은 20년전 일본의 제약시장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약 20년전 급격한 인구고령화로 의약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체 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이 3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약제비 비중을 낮추고, 의료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했고, 10년동안 일본 내수 제약시장은 2~3%의 낮은 성장률을 유지했던 것.

이같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은 20%이하로 떨어졌지만 내수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환경이 비슷했던 일본이 90년대 중반부터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내수 중심의 오너 경영 제약사가 많았으며, 약가재평가를 비롯한 정책리스크가 상시 존재했었다는 것.

90년대 들어 일본의 내수 시장이 정체하자 보수적이던 일본 제약사들도 M&A를 통한 합종연횡과 과감한 신약개발 투자로 성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타나베, 미쓰비시화학, 요시토미 등 5개사가 합쳐진 타나베 미쓰비시, 후지사와와 야마노우치가 합쳐진 아스텔라스, 다이이치와 산쿄, 산도즈가 합쳐진 다이이치-산쿄 등 거대 제약사가 탄생하게 됐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신약개발에서 해외진출로 이어지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약제비 비중도 과거 일본과 비슷한 30% 수준이고, 또 정부는 24%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약제비 절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전히 동일한 경로의 변화를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현재 우리나라 제약시장이 겪는 혼란의 모습도 글로벌 신약과 시장 구도변화와 비슷한 양상을 띠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제약업계는 이미 제네릭 시장은 마진이 낮은 과다 경쟁시장이 됐고, 약가인하로 고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신증권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상위제약사들의 점유율이 감소하겠지만 리베이트 규제가 계속되고 약가인하 압력이 계속되면, 일정 규모이상의 대형제약사들이 경쟁우위에 있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따라서 상위제약사들의 일시적인 실적악화는 다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회복할 것으로 보이고, 꾸준한 연구개발비 증가가 신약개발의 성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대형 제약사들<표 참조>의 적극적인 변화가 시장 재편에 대한 기대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한미약품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발표했고, 동아제약은 원료전문회사인 삼천리 제약을 인수하는 한편, 다국적 제약사인 GSK의 지분투자를 받으며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관계를 체결했다.

그밖에 녹십자, SK케미칼, CJ, 삼양사 등 대형 회사들도 M&A 의지를 밝히고 있어 국내 제약시장에 급속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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