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본업인 제약사업을 키우지 못하고 사업다각화란 명분으로 핵심역량에 천착하지 않고 딴전을 피우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비제약 쪽에 눈을 돌렸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새로 벌인 사업들이 되레 성장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제약과 유사업종으로 생각해 화장품 사업에 쉽게 손댔다가 추락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중에서도 최근 국제약품(대표 나종훈) 사례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수년 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잠깐 반짝 성장했다가 최근 역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일반약과 전문약 등 핵심역량인 제약 매출은 전년(2012년)에 비해 30~50% 가량 크게 성장했는 데도 화장품 등 비제약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적자를 내면서 회사를 마이너스 성장의 벼랑 밑으로 추락시켰다.

지난해 화장품 등 비제약 쪽은 회사 측이 당초 목표했던 매출 예상액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관측됐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외형을 키우던 화장품 사업은 일부 백화점에서 철수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됐다는 게 안팎의 지적이다.

2012년 국제약품의 화장품 매출의 경우 기초화장품 로우는 335억900만원, 색조화장품 스틸라는 51억2500만원으로 한때 '대박'을 터트리는 듯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매출이 급감하더니 지난해 3분기의 경우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 매출이 각각 10억2400만원과 2억9000만원에 그치는 등 잘 나가던 화장품사업이 초토화됐다.

조아제약(대표 조성환)도 지난해 약국 전문 화장품을 프랑스에서 도입해 판매하고 있으나 실적이 부진해 화장품 사업이 애물단지로 변했다.

지난해 1분기 화장품 매출은 6200만원에 이어 2분기에는 900만원을 올리는 등 '구멍가게' 실적을 거뒀고, 3분기에는 매출의 존재감도 없어졌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화장품 사업이 차세대 먹거리로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염색약으로 유명한 동성제약 역시 핵심역량을 벗어나 화장품 사업과 LED(발광유기오드) 조명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으나 사업이 부진하면서 회사가 적자로 내몰리고 있다.

명문제약(대표 이규혁)은 골프장과 음료수사업에 손댔다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있다.

2011년 에너지 드링크 파워텐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등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회사는 2009년 57억원을 들여 명문투자개발을 설립해 경기 이천의 ‘더반골프클럽’을 인수한 데 이어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0억원을 출자했다.지난해에는 3분기 기업은행에 채무 상환시까지 37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골프장 사업으로 인한 재정 부담도 안고 있다.

매출 1000억 안팎인 이 회사는 골프장 매출(42억2500만원, 2012년) 비중이 4.2%에 불과하지만,제약부문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불황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골프장 매출은 27억6700만원에 그치는 등 전년보다 골프장 매출이 부진해 회사 성장세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전년보다 근소하게 증가됐지만 이처럼 부진한 비제약 사업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동력을 위해 사업다각화는 필요하지만 핵심 역량을 키우지 못한 채 다른 사업에 눈을 돌렸다가 핵심역량인 제약 부문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투자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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