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처럼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입 안은 물론 뱃속까지 시원해지고 스트레스까지 한꺼번에 날려주는 듯한 매운 음식들. 하지만 매운 음식들이 호흡기계나 순환계에 이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들은 우리 몸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한의학에 따르면 육류나 기름진 음식, 단 음식 등을 많이 먹으면 몸속 진액이 끈끈해지고 어혈이 쌓여 기의 흐름과 피부의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땀을 내서 몸 밖으로 노폐물을 배출하고 기운을 틔기 위해 매운 것을 찾게 된다. 매운 음식을 찾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비염이나 경피증 아토피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

기름진 음식이 매운 음식을 부르게 되고 매운 음식 자체가 속열을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육류와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은 몸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서구형 패밀리레스토랑이 늘어나고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면서 각종 육류를 먹을 일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성장기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이 부족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과잉 섭취하게 돼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육류가 채소나 곡식에 비해 기운이 넘치는 식품이라고 한다. 햇볕을 받아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식물들과는 달리 동물들은 외부에서 발생한 기를 2차적으로 섭취해 살아가기 때문에 그 고기는 단맛을 띠고 탁한 성질이 있어 많이 먹으면 기운이 몸속에서 울체되기 쉽다.

울체됐다는 것은 '체내에서 기운과 혈액이 순환되지 못하고 한 부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기운이 폐에서 울체되면 감기, 비염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게 되는데,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폐 기운이 퍼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튀김류, 후라이드치킨, 피자 같은 기름기 많은 음식 역시 몸 속에서 습열을 만들어 폐를 건조하게 한다. 습열은 진액을 마르게 하고 노폐물 배출을 방해해 기의 흐름을 막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체질적으로 습열이 쌓이기 쉬운 아이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개 땀이 많고 통통하면서 얼굴이 불그스레하고 활발한 아이는 열을 만들어내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땀을 자주 내는 게 건강에 좋다. 

매운 음식은 몸 속에서 열을 만들고 기운을 발산시키는 성질이 있어 수분과 열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대부분 땀이 나게 된다. 

그러나 매운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폐를 건강하게 보호해야 할 진액까지 다 빼내서 기운의 순환을 막기도 한다. 이 때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쉽게 감기에 걸리거나 코, 목 등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매운 음식이 갑자기 당기거나 평소에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환절기마다 호흡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좋다. 

이렇듯 몸속에 열이 쌓이고 폐가 건조해지면 감기나 비염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이대일 서울서부지부 원장은 "육류와 매운 음식 등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다"며 "너무 매운 음식을 자주 먹거나 야채 섭취 없이 기름진 음식을 달고 사는 것은 호흡기 질환을 끼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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