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평생 정치 기자의 외길을 걸었다. 하지만 정치 입문에선 정말이지 참혹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기사, 칼럼, 편집에선 이미 달인의 경지에 섰지만 일부 언론의 ‘제멋대로’ 편집과 ‘일방통행’식 기사는 그를 무참히 짓밟았다.

38년 베테랑 대기자? 그는 이번에 일부 언론의 무책임성ㆍ정치판의 무자비성ㆍ잔혹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사실 그도 현역시절 기사든, 칼럼이든 일방통행식 글로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기자가 되면 가장 먼저 듣는 소리가 ‘무관의 제왕이다’. 그래서 기자는 갑중의 갑, 수퍼 갑이다. 

이런 삶 탓인지 최근 언론에 비친 문 후보자의 모습은 오히려 정치적인 아마추어리즘의 순수가 묻어나고 있다. 여기서 왜곡은 시작되고, 대중은 흥분한다.

“사과는 무슨 사과”“사퇴는 야당에 물어봐라”“어느 신문사지?” 일선 기자에 던진 그의 다듬어지지 않은 말과 행동들은 조약돌같은 정치인이나 공무원같은 자태는 아니었다. 슈퍼 갑으로 살아온 거품 낀 삶의 모습 그대로였다.

기자는 남한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직업이다. 게다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처럼 이권에 휘둘리지도 않으니 검은 돈에서 비교적 떳떳하다. 

게다가 문 후보자는 언론계에서 '인삼뿌리'만 먹고 살았다. 정치부기자, 정치부장, 편집국장, 주필, 편집인 주요 보직을 죄다 거쳤다. 기자 사회에서도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이런 삶 속에서 정치부 기자로, 간부로, 논설위원으로 그는 특히 지금의 야당에 기사로 상처준 일이 많았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논조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업보가 되지 않았겠나.

그렇다 하더라도 문 후보자가 정치권에서, 일부 언론에서 매도되면서 하루 아침에 친일, 반민족의 ‘매국노‘로 둔갑된 것은 한참 오버됐다.

문 후보자 본질, 실체는 깡그리 무시됐다.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몸을 담고, 특히 삼성 문화가 짙은 중앙일보에 평생을 다녔다면 누구보다 철처히 검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일, 반민족이란 편파ㆍ극단적 이념 소유자로는 선후배가 엄격한 언론사 풍토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하루 아침에 그가 파렴치한이 되고, 매국노가 된 것은 정치판이 얼마나 살벌하고, 무서운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그의 공격을 주도한 한 야당 중진 정치인은 과거부터 보수적인 대언론사 중앙일보의 보도나 논조에 불만이 많았다.

집권에 성공하자 이 정치인은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사장을 찾아와 대화 중 "두고보자"며 물컵을 던졌다.이 일화는 중앙일보 사내에서 유명하다. 결국 홍 사장은 세무조사 후 몇 몇 언론사주와 함께 구속됐다.

가관인 것은 그를 앞장서 공격한 일부 여야 정치인들이 각종 추문으로 감옥까지 갔다 왔다는 사실이다. 뭐 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란 격이다.

나는 그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문제라면 ‘개혁 총리’로서 공무원 개혁을 할 수 있을까 우려했다. 공무원 생리를 잘 모르니 조직에, 정치판에 소신이 휘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노파심-.

일부 언론, 정치권에서 그를 공격한 것은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길들고,흔들려는 포석이었다고 나는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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