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피해자 증언대회’가 지난주(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 등의 주재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내용들은 요양병원들이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온갖 구조적 불법과 비리가 판치는 의료계의 ‘세월호’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난 5월28일 2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의 화재사고를 계기로 열린 이날 증언대회에서 발표된 피해사례들은 요양병원에서 언제든 대형사고가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인가한 최우수 요양병원이라고 해서 이를 믿고 치매 아버지를 입원시켰다. 입원 후 얼마 안돼 아버지는 요도염에 걸리셨다. 병원에서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은 탓이다. 밤에는 환자 관리가 어렵다며 억지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강제로 투여했다고 한다. 그러다 화재로 돌아가셨다”(장성요양병원 사망자 유족)

“서울역에서 노숙할 때 아는 사람이 병원에 가보라고 유인해 병원 측이 제공한 차를 타고 강화도 요양병원에 갔다. 사무국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강제로 폐쇄병동으로 밀어 넣었다. 알코올 중독이 아닌데도 향정신성 의약품을 억지로 투여했다. 간호사가 나가면 입에 넣었던 약을 뱉어 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름만에 탈출했다”(베스트 요양병원 피해자)

서울역 노숙인들을 상대로 술 담배 커피 또는 숙식 제공을 미끼로 승합차를 이용해 요양병원으로 유인한 다음 자격도 없는 세칭 ‘보호사’라는 사람들이 노숙인을 감금·폭행하기도 한다. 알코올중독자나 정신질환자가 아닌데도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위장하는 일도 있다. 가벼운 질환자를 위중한 환자로 위장진단해 치료비를 부풀려 당국에 신청하기도 한다. 언론에 보도된 인천에 있는 한 요양병원의 사례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요양병원에 적용하는 ‘일당정액제’라는 이상한 수가제도가 주요원인이다. 일반병원은 환자에 대한 개별진료행위마다 수가를 정해 그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분담한다.

이에 비해 요양병원의 일당정액제는 환자들의 평균비용을 산출해 미리 정해진 비용을 건보공단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증도에 따라 1인당 하루 1만880~4만4880원, 월 30만~13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이 환자가 내야할 20%의 분담금을 떠안아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한 사람까지 유인해서 환자로 위장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하지 않는다.

현재 전국의 노인 요양병원은 1300여곳에 이른다. 이들 병원이 이처럼 환자를 미끼로 정부로부터 돈을 타내기 위해 환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이 이같은 불법·비리를 저질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국의 잘못된 일당정액제라는 제도와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내몰고 인권을 말살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봐야 한다. 이제 요양병원에 대한 대수술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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