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의원(새누리당)이 의사 등 의료인들에게 명찰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명찰 착용이 의무화되는 대상자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와 이들 의료인이 되기 위해 의과대학을 비롯해 산업대, 전문대 등에서 교육과정을 이수 중인 실습생들로 규정했다. 또 이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신 의원은 법개정안 제출의 이유를 환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들이 의사와 실습생을 쉽게 구분할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사무장 등이 의료인인 것처럼 위장 행세할수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우선 환자들은 진료에 참가하는 의료인 중 의사와 실습생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나를 진료하는 주치의사가 누구인지 혼동될 때도 있다.

특히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인이 위생복을 입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치의사가 정당하고 적법한 의료인인지, 전문의인지 등이 더 궁금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료인의 신분을 환자에게 떳떳이 공개할수 있도록 전문분야와 이름이 쓰인 명찰 착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서비스제공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의료인의 명찰 착용을 법으로 강제할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정당하고 적법한 의료인들에게 명찰 착용을 강제한다고 해서 무자격자의 의료인 행세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보다는 사무장 등 비의료인이 마치 의료인인 것처럼 명찰이 부착된 위생복을 입고 다니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앞서야 할 것이다.

법이란 사회질서를 강제로 잡기 위한 수단이다. 사회질서가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무시되고 어러워질 때 어쩔 수 없이 동원되는 것이 법이다. 따라서 의료인의 명찰 착용은 의료기관 또는 협회 등 관련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방법을 정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종합병원은 물론 동네의원 등 의료기관들의 환자유치 경쟁이 요즘처럼 심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의료인들의 명찰 착용을 바라는 환자들의 욕구를 병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반영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무자격자의 대리시술로 말썽이 많은 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의료기사단체협의회가 명찰착용에 적극 찬성하고 있어 자율적 시행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와 이름을 환자들에게 밝히는 것은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는 의료전문인으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까지 약사들에게 명찰 착용을 의무화했던 약사법 시행규칙을 지난 6월 폐지한 것도 강제규정이 없는 의료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법은 만능의 수단이 아니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