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전 얘기입니다.나는 고교시절부터 비후성비염으로 코가 좋지않아 회사원이 돼서도 회사가까운 이비인후과에 단골로 다녔습니다.

병원에 가면 환자로 넘쳐났습니다. 진료실벽에는 일류의대출신임을 알리는 큼지막한 졸업증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어 당시 60대중반이 다된 이 노의사의 노련함은 친절하고 실력있는 의사의 표상으로 보였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한움큼씩 처방했지만(당시는 의약분업전) 차도는 별로였습니다. 직장생활로 바쁘다보니 번거로운 종합병원에 갈 생각은 엄두도 못냈습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1년 365일 공휴일만 빼고 다닌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날 코막힘증세에 차도가 없어 미루고 미루다 신촌의 한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습니다. 유명한 의사도 아니고 리지던트과정이 막끝난 젊은 의사한테 진료를 받았습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특진료없는 새내기의사한테 진료를 받은 거지요. 그런데 약도 개인병원과 다르고,약의 양도 많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치 약만 먹었는데도 병은 차도가 있었고 그후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물론 회사옆 이비인후과병원에는 더이상 가지 않았고요.

당시 회사 선배도 귀가 좋지않아 하루가 멀다고 바로 그 이비인후과를 지성껏 찾았는데 의료보험증에 진료기록(당시에는 병원에서 환자의료보험증에 진료내용을 기록했음)을 쓸 빈공간이 남지않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습니다.

좋아지기는 커녕,하루이틀 약효 떨어지면 병세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나아질까 타성적으로 병원에 다닌게 수년이 흘렀다고 했습니다.

#사례2=요즘 주변에는 갑상선환자가 많습니다. 특히 주부들이나 회사원들은 바빠 종합병원못가고 개인병원 다니다 항진증,저하증 등 냉탕,온탕 평생 약을 먹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치료시기를 놓쳤기때문입니다.

초기에 병을 잡지못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귀찮다고 개인병원에만 의존하는건 아무래도 미덥지 못합니다. 호르몬치료는 아주 민감해서 베테랑전문의조차 병세를 놓치기 쉽다고 합니다. 정확한 임상검사를 바탕으로 제대로 검증된 약으로 조절해도 어렵다네요.

게다가 같은 병인데도 약이 틀려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갑상선약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의사가 어떻게 처방하느냐에 따라 약의 질이 달라집니다.

내가 아는 한 갑상선환자는 강남세브란스에 다닙니다. 보니까 약이 단촐합니다. 손톱크기 5분의 1가량 되는 아주 작은 알약인데 알아보니 오리지널(첫특허약)약이라고 합니다. 그환자는 병세가 잡혀 3개월만에 약을 끊고,지금은 몇 개월에 한번 피검사로 경과과정만 지켜볼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다른 한 40대 주부환자는 회사일로 바쁘다보니 갑상선에 용하다는 소문듣고 한 개인병원에 갔는데 약의 모양도 틀리고 약도 때마다 한움큼씩 먹어서 놀랐습니다.

이른바 제너릭(복제약)약,국내제약사에서 만든 약이었습니다. 발병한지 수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약을 먹고 항진증,저하증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나요. 제네릭의 약효도 오리지널과 같다고 합니다만-.

병세,개인차에 따라 처방약이나 양이 다르겠지만 무언가 치료의 첫단추를 잘못끼운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작은 개인병원이 문제라는 불신에서 나온건 아닙니다. 제도가 불신을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이런 치료케이스를 보면서 언뜻 최근 약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리베이트(제약회사가 자기회사약을 써주는 댓가로 병의원,의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장비와 검사에서 종합병원의 인프라(환경)가 뛰어납니다. 그렇다고 종합병원의사들이 더 실력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 모르겠습니다.

종합병원 의사인들 리베이트에서 자유로울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개인병원보다는 임대료,직원들 월급걱정 적으니 약을 선택할 때 더 객관적이고 신중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리베이트가 제네릭 약에 집중돼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이와 무관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베이트가 사라지고 실력과 약의 품질로 승부하는 의료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소비자들도 이익이 될겁니다. 소비자들이 눈뜨고 당하는게 의료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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