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의 상태를 의사가 직접 환자 본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정부가 내년부터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제도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병원 신동욱 교수와 충북대 박동혁 교수팀은 최근 말기암환자와 환자가족 99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중 76.9%, 가족 61.1%가 환자의 상태를 본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누가 알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환자 중 56.1%가 의사가 직접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가족은 42.5%가 의사가 알리되 반드시 가족의 동의를 받은 다음에 할 것을 요구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에 앞서 서울대 의대와 여론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가 공동으로 40세 이상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환자의 79.2%, 환자가족 73.8%가 의사가 직접 말기환자임을 본인에게 알려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니까 두 조사 모두에서 환자 본인은 10명중 8명이, 가족은 6~7명이 환자에게 말기상태를 알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자신의 말기증상이 얼마나 심각하고 남은 삶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말기환자들이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환자 자신이 생의 마지막시간을 보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부는 현재 보건복지부와 종교 의료 법조계와 시민단체 입법부의 추천위원 등 모두 18명으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는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등으로 연명하는 의식불명의 식물환자를 위한 대책일 뿐이다.

아직도 의식이 남아 있는 죽음을 앞둔 시한부 말기환자의 대책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의식이 남아 있는 시한부 환자에게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을 돕는 호스피스제도의 활성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호스피스의 역할은 말기환자의 통증관리, 심부름, 말벗하기, 생의 마지막정리 돕기, 가족과의 연결등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호스피스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잘못된 건강보험 적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검사·수술·항암치료 등에는 건보 적용을 하고 호스피스에는 건보 적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말기환자들이 오로지 수술에만 의존해 생의 마지막을 고통스럽게 보내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의식이 남아 있는 말기환자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다. 말기환자들이 항암치료나 수술을 통해 고통의 시간을 보낼지, 아니면 호스피스로 옮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말기 상태임을 반드시 본인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의사와 가족들이 협조해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