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전공의로 일하고 있는 아들을 둔 아버지 A씨가 지난주 한 의료 온라인커뮤니티에 아들을 대신해 ‘S병원의 윤일병’이란 글을 실어 의료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매체들이 소개한 이 글은 전공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뿌리깊은 집단 왕따문화를 고발하는 것으로 군부대에서 선임자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에 빗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A씨는 이 글에서 아들에 대한 선배 전공의들의 폭력과 폭언이 일상화돼 수련의 과정을 버텨나가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수술실의 간호사가 담당 진료과장에게 보고한 데 이어 피해 당사자의 부인이 보고서까지 작성해 제출했으나 선배들의 집단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의국의 벌점제도는 임금착취제도나 다름없다고 했다. 선배 전공의가 후배에게 벌점 1회를 줄 때마다 150만원씩 의국비라는 명목의 벌금을 물도록 해 한달에 월급여 300만원을 모두 빼앗아 선배·동료들의 회식비로 사용한다고 폭로했다.

전공의 세계에서 이러한 왕따문화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지적이다. 협의회가 최근 전공의 6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련기간 중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폭언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려 45.1%가 “있다”고 응답해 거의 2명 중 1명이 폭언 폭행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폭행을 행사한 사람은 선배 전공의가 39.1%, 교수 27.9%로 선배 의료인이 67%나 됐다. 원인은 선후배간 잘못 인식된 권위의식과 체제로 병동내 생활 속에 관습화됐다고 봐야 한다. 31.5%는 환자가족 또는 환자에 의한 폭행이었다. 전공의는 선배뿐 아니라 환자들로부터도 폭력에 떨어야 하는 신세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A씨가 공개한 대학병원의 윤 일병은 얼마든지 또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공의들이 수련 시절부터 이처럼 동네북이 돼서야 어떻게 의료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대형 수련병원마다 수련의 폭행사건이 발생할 경우 병원별 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 전공의 총괄 교수가 면담과 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피해 당사자가 전공의 평가 권한을 가진 교수에게 밉보일 경우 진로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차라리 쉬쉬하며 사건을 숨기며 참고 지내는 것이 낫다는 생각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A씨의 아들이 소속된 S병원은 대학의 명예를 걸고 정형외과의 윤 일병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S병원은 진상조사에 그치지 말고 이를 계기로 전공의 집단 따돌림 현상을 공론화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의료계에 이러한 왕따문화가 존재하는 한 의료계는 뒤틀린 인성과 비인간성이 만연하는 세계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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