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의 이정원 차장(49)은 지난 1일 오전 8시50분쯤 출근중 사무실 안에 들어서다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 순간 뒤따라 사무실에 들어서던 임흥균 차장(42)과 정회관 과장(43)은 이 차장이 급성심근경색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즉시 이 차장의 웃옷을 벗겨 반듯이 누이고 심폐소생술 실행에 들어갔고 이 중 한명은 119에 연락했다. 이 차장이 실신한지 20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 차장은 그 후 119 응급 엠뷸런스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차장은 병원치료를 끝내고 지난 13일부터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 종전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다. 급성심근경색 또는 심장마비 환자가 4분 골든타임 안에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뇌손상이 적고 생존율이 3배 이상 올라간다는 사실을 이 차장은 보여준 것이다. 지난 5월10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졸도한 이건희 삼성 회장도 4분 골든타임내 심폐소생술 시행으로 화를 면했다.

이 차장이 이처럼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할수 있었던 것은 회사 측이 지난해부터 전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폐소생술 교육 덕분이었다. 현재 BC에는 이러한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심폐소생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이나 교육이수증을 갖고 있는 직원이 100여명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급성심장경색 환자는 지난 2003년 6만2770명에서 10년 만인 2012년에는 7만6085명으로 21.3% 증가했다. 그러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단순 심장마비 환자 중에서도 급성심장경색 환자가 많은 데다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 잠재적 급성심근경색 원인보유자들까지 합하면 앞으로 급성심근경색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특히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은 급성심근경색환자가 급증할 토양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급성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소홀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급성심근경색환자 발생에 대비해 각 나라 사정에 맞는 심폐소생술의 표준화 유형을 완성하고 체계적 보급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대한응급학회와 대한심장학회 공동주도로 대한심폐소생협회를 발족해 심폐소생술 지침 제정과 소생술연구 및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각 의료 분야에서 첨단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심폐소생술은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아직 정부내 통합된 기구가 없고 각 의료기관 또는 의사마다 자신들이 배운 외국의 심폐소생 지침이나 모델을 따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야 수많은 또 다른 이정원 차장을 탄생시키는 기초의료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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