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됨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이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번 한ㆍ중FTA가 중국내 한류바람을 타고 일단 13억6000만명 인구의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산의약품에 대한 중국내 신뢰도가 높아 완제의약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원료의약품 시장은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산 원료약 가격이 지금까지 주종을 이뤘던 유럽산에 비해 수입가격이 10~40% 이하에 머물러 물밀듯 국내에 몰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품질관리가 심각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제약계는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산 원료약의 대중수출액은 3억6000만달러 정도다. 이에 반해 중국산 원료약 수입액은 7400만달러(800여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중국산 원료약 수입액은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수입액은 228억원에 그쳤던 것이 2012년에는 66.2% 증가한 38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무려 두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들여오던 원료약품이 값싼 중국산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료약의 안전성과 품질이다. 중국산 원료약의 품질과 성분에 대한 신뢰도는 유럽산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2003년부터 지난해 까지 10년동안 중국산 원료약 수입이 무려 20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기준에 맞지 않은 원료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뇌졸중, 심근경색증치료와 혈액투석환자에 널리 쓰이는 항응공제 헤파린이 환자들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수 백명이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헤파린은 미국 제약회사인 박스터 인터내셔널 제품으로 돼지 내장에서 추출한 원료가 중국에서 공급된 것이었다고 했다. 2007년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개 간식용 제품을 먹고 수천마리의 애완견이 질병에 감염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중국산 원료약 가격이 싼 만큼 안전성에 위험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미국은 FDA의 중국현지 주재원을 지난해 13명에서 올들어 두배가 넘는 27명으로 증원했고 중국제약사와 생산의약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의 사례를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성분의 중국산 원료약의 수입 러시는 눈 앞의 일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오염의 위험이 높은 일본산 원료약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과 일본산 원료약의 제조원과 수입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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