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외제약이 혈액응고제인 헤파린의 원료수입단가가 너무 비싸져 더 이상 헤파린 공급이 어렵다고 밝힌 입장이 알려지자 국내 의료계에 적지않은 파문이 일었다.

가뜩이나 국내헤파린 공급량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중외제약의 헤파린 재고량이 다음달 중순이나 10월초쯤 약품이 바닥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중외제약은 원료 원가가 지금 팔고 있는 약가를 훨씬 웃돌고 있는 등 손해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원료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를 달고 있다.

보건당국이 중외제약의 약품공급중단에 맞서 화이자,GSK,사노피-아벤티스,애보트,유영제약 등 5개사를 통해 헤파린의 대체약을 확보하는 비상수단을 부랴부랴 강구하고 나섰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원료수입단가가 비싸져 수지를 맞출 수 없고 따라서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나는 구조에서 더 이상 약품공급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중외제약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산업을 다루는 중외제약도 기업이고 이윤을 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수만명의 생명이 달려있는 상황에서 수지를 맞출 수 없어 제품공급이 어렵다는 주장이 과연 가능한지, 그 배짱이 놀랍기만하다.

헤파린은 심장수술을 받거나 뇌경색 환자,특히 평생 혈약투석을 받아야 되는 3만명이 넘는 국내 만성신부전 환자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약물이다.

약품공급이 안되면 수술도,수혈도 어려워진다. 수만명의 생명이 헤파린 약품 하나로 왔다갔다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훤히 알고 있는 중외제약이 약품공급이 어렵다고 ‘시위’를 벌인 것은 ‘수가인상’을 노린 것이다. 그야말로 중외제약이 수만명의 환자생명을 볼모로 당국에 ‘약가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않아도 중외제약은 보건당국에 원료 값 폭등에 따른 약가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중외제약이 뒤늦게 "올들어 헤파린 시장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물량이 달렸고,5만갑 제조분량의 원료를 확보해 올해 공급부족사태는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이번 헤파린 공급부족 사태에 책임이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헤파린은 최근 구제역으로 중국에서의 공급량이 줄어들고 미국 제약사들이 그나마 원료를 싹쓸이해 원료 수입단가가 크게 오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 제약사들이 원료수입을 싹쓸이할 때 중외제약은 무얼하고 있었나.

보건당국과 수만명의 환자들이 한 제약회사에 끌려다니는 현실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헤파린의 시장 독점구조를 허용하고 관리감독에 소홀한 보건당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또한 중외제약은 각종 수액시장도 독점하고 있다. 툭하면 약품의 독점적 공급을 빌미로 수가인상을 주장하고,결국 이는 국민세금으로 메워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헤파린 공급부족 사태를 계기로 헤파린과 수액의 시장독점이 없어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러려면 보건당국이 한제품의 50%가 넘는 독과점의 시장구조를 깨 공급선을 다변화시켜 가격과 약품리스크를 덜어 환자의 불안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나아가 제약사의 경영판단 잘못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악순환을 더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

보건당국은 중외제약의 헤파린 수가협상과 관련해 환자들을 볼모로 공급중단으로 맞서고 이를 약가인상의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제약사의 ‘잘못된 버릇‘을 뜯어 고치기위해서라도 약가조정에 끌려다녀서는 결코 안된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