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이유.

대형병원에 가면 간호사와 다른 제복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계십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지요. 간호도우미,이름하여 간병인들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일이라는게 워낙 고되고 궂은 일이어서 젊은 여성들은 기피합니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여름 어느날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환갑이 넘은 한 간병인이 아주 젊디 젊은 간호사들에게도 깍뜻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더군요.

형식적이 아니고 아주 진심어리게 말입니다.

‘아니 딸같은 간호사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다니...’ 듣기는 좋았지만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통 병원에서는 젊건 나이가 지긋하건 의사들에게는 선생님이라는 존경의 호칭을 부릅니다. 환자나,보호자,간병인에게 의사에 대한 선생님이란 호칭은 아주 자연스럽지요.

그렇지만 간호사들에게는 선생님보다 간호사님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고 일반적입니다. 환자나 보호자,문병인들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소 어색해 보입니다.

물론 간병인 입장에서 의사뿐아니라 간호사들에게도 잘보여야 병원에서 일하기가 수월하기때문이라고 언뜻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지요.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간병인께서는 딸같은 간호사한테 간호사님하고 부르면 되지 꼭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간병인은 대답했습니다.

“삶의 전쟁터인 암병동이나 다른 병실에서도 매일 환자들이 죽어갑니다. 나는 간병인 일을 수년째 하고 있지만 내가 맡고 있는 환자가 죽음을 맞이할 때 나이가 먹은 나도 아직 당황하고 어찌할바를 모릅니다. 간호사는 다르더군요. 환자가 죽어가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히 대처합니다. 그 모습에서 존경심이 절로 나왔습니다.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구요. 아무리 딸같이 어려도 간호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마음에서 우러난 존경심의 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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