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프랑스의 사노피사와 4조8344억원 규모의 지속성 당뇨병 신약기술을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내 신약기술 수출의 신기원을 작성한 쾌거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당뇨병 신약의 기술이 지금까지 하루 1회씩 주사를 해야 했던 약효의 지속시간을 한 달에 1회 주사로 크게 늘린 초고도 수준인 점이 획기적인 것으로 인정된다. 그 다음은 이번 수출 계약 규모가 국내 기술 수출사상 최대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수출 계약 규모가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 총매출액 15조원대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계약액이 당장 한미 측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한미가 개발한 당뇨신약이 이제 임상시험에 착수한 단계여서 일단 계약금 4억유로(약 5000억원)만 받고 임상시험의 진도에 따라 나머지 계약액을 받도록 돼있다. 계약금만 해도 지난해 한미약품의 총매출액(5820억원)에 버금한다.

사노피는 당뇨치료제의 세계적 강자다. 또 지난해에는 4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5위 제약사다. 이런 사노피가 한국과 중국의 판권은 한미 측에 주고 나머지 지역에 대한 신약 판매권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이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노피가 한미약품의 당뇨신약 기술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이 이처럼 사노피가 탐낼만한 당뇨신약의 원천기술을 개발해낸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집중적인 연구ㆍ개발(R&D) 투자 덕분이다.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액의 10%를 R&D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무려 20%를, 올해 상반기에는 21%인 946억원을 집중투자했다.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8%인 점을 감안하면 사운을 건 투자경영이었다.

이러한 한미의 신약개발 투자 경영은 국내제약사의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국내제약사들은 지금까지 특허가 끝난 글로벌 신약의 제네릭을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소극적인 경영에 안주하는 경향이 높았다. 제약사들 간에 리베이트 판매 경쟁도 치열했다. 이는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제약사일수록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신약기술 개발과 수출 밖에 방법이 없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약품의 신약기술 수출은 제네릭으로 국내 시장 확보에 안주하는 제약사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국내제약사들도 세계로 눈을 돌려 신약기술 개발과 수출로 먹고 사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제약사 가운데에는 한미약품 외에도 10~13개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깊은 관심 속에 신약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제약산업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지목된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다. 이제 제2, 제3의 한미약품이 잇따라 나와 제약산업 구조 재편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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