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국제의료사업지원법(국제의료법)의 국회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이 무산됐다. 원격진료 허용 확대를 위한 의료법개정안의 복지위 상정 불발에 이은 계속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유는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제의료법은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역점법안이다. 병원계 등 의료계도 이 법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터였다.

국제의료법은 외국인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외국인 의료관광사업을 활성화하고 병원 등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여야 간에 절충안에 합의된 데 이어 지난달 청와대 5자회담에서도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키로 합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무산됐다.

병원 등 의료기관들은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그동안 학수고대해 왔다.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와 의료수출 등 국제 의료사업이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 국내 경제를 지탱해왔다면 미래는 의약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있었다. 정부는 2009년 의약산업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지정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기대는 글로벌 의료시장이 8조달러에 달하는 황금어장이 될 것이라는 해외기관의 분석에 기초한다.

또 국내에서도 2009년 6만여명에 그쳤던 외국인 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26만6000명에 달할만큼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바탕이 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시장 진출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면 2017년 국내에서 6조원의 부가가치와 11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예상됐었다.

국제의료법과 원격진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개정안은 이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의료기관의 육성 및 지원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허사가 됐다. 모두 의료의 영리화가 우려된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범위 확대 문제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환자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반대하는 것을 야당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의협의 밥그릇 챙기기와 선거를 앞둔 야당의 표 관리 전략이 합작한 결과라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분석이다.

국제의료법의 국회 처리 무산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병원들에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현행 의료법으로는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및 수출이 한계에 있다는 것이다. 의료 영리화를 우려해 관련 법안을 무산시키는 것은 고속도로건설 시 건설회사와 돈 있는 자가용족만 위한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의료 해외 진출을 막는 것도 마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해외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병원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국제의료법의 국회 통과를 무산시키는 것은 미래산업의 싹을 잘라내는 것은 물론 의료수출과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빼앗는 만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하루라도 빨리 이에 대해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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