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주말 제주도의 중국녹지(綠地)그룹 ‘녹지국제병원’ 설립신청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제병원 설립허가를 갖고 있는 제주도는 곧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다음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외국계 영리병원은 국내의 다른 의료기관 달리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국내건강보험적용이 안된다. 또 병원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외국의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다.

이번에 승인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신청한 녹지그룹은 사실 의료기관이 아닌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회사다. 그래서 처음부터 설립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녹지그룹은 제주도에 헬스케어타운과 제주드림타워등을 건설키로 하고 현재 40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을 짓고 있는 중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이곳을 찾아올 중국관광객들을 위한 것이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33만명에 이른다. 이중 중국인이 85%를 차지한다. 이들을 위한 의료시설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들은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허용을 극렬히 반대한다. 국내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국내의 다른 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진료비상승을 부추길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또 부유층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계 영리병원을 찾아 서민층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병원이 이들 외국계 병원에 우회투자도 가능하고 결국 국내병원의 영리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이들 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을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세계각국은 지금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거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국가들은 물론 싱가포르, 인도, 태국등 동남아 국가들도 의료산업을 국가차원의 관광산업으로 인식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고급일자리를 늘릴뿐 아니라 외화도 벌어들이는 것은 물론 관련산업의 파급효과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선진국들도 세계최고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분야를 국가미래산업의 동력으로 키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승인은 이러한 국가전략에 의한 것이다.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지역은 현재 8개경제자유지역으로 국한돼 있다. 따라서 이들 병원이 국내 다른 병원에 영향을 크게 미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부 부유층이 이들 병원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일부 부유층은 외국에 나가 진료해왔기 때문이다.

또 국내 병원의 진료비 상승압력도 당국의 철저한 감시로 규제받기 때문에 그리 염려할 것이 못된다고 본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영리병원을 외국계자본에만 허용하기 때문에 국내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 받는 다는 점이다. 의료관광을 통한 외화수입을 모두 외국자본에 빼앗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내로 국한된 만큼 이를 외국계 자본뿐 아니라 국내 다른 병원에도 개방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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