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라는 긴 명칭의 법률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존엄사를 허용하는 웰다잉법이다. 1997년 국내에서 존엄사 논란이 시작된 이후 19년 만이다. 말기환자가 평소에 남긴 본인의 뜻 또는 가족 전체의 동의가 있으면 식물 상태에 빠진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이 법은 앞으로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러한 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것은 국내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에게 잔잔한 파장을 몰고 오기에 충분하다. 첫째는 말기질환자에 대한 의료행위가 종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말기질환자의 치료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목적이었다. 죽음의 질과는 무관했다. 삶의 질이 있듯 죽음에도 질이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무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죽음의 질에도 신경 쓰자는 것이 웰다잉법의 목적이다. 질을 챙기자는 것은 죽음의 품위를 지키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웰다잉법은 환자의 생애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무작정 생명을 연장하기만 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무리 치료를 해도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환자 본인이 사전에 죽음을 준비하고 삶의 마지막을 추하지 않게 할 수 있도록 환자 본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환자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경우 가족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된다. 마지막 판단은 의사와 존엄사 판정기구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위 사람들까지 고생시킬 것인지 아닌지 환자 또는 가족이 결정할 문제다.

둘째는 말기질환자의 죽음이 환자 본인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환자 또는 가족이 의료 중단을 요구하더라도 연명의료 중단 여부의 판단은 전적으로 의사와 병원내 의료중단 판정기구에 의해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종 암 등 말기질환으로 인해 흔히 말하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연장을 하는 연명환자 수는 현재 연간 3만명을 넘고 있고 이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산소호흡기를 떼면 종전에는 의사는 살인방조죄, 가족은 살인죄를 받을 수 있었다. 65세 이상 노인을 상대로 한 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여론이 90% 이상인데도 그랬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환자가족들이 웰다잉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와 가족 간, 또는 가족 간 재산상속 등 분쟁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수록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제3자의 대리동의를 허용한 것은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웰다잉법 악용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다. 존엄사의 판단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그래서 2년의 법 시행 유예 기간 중 각 관련 기관이 협의해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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