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정상아보다 머리가 작게 태어나는 소두증(小頭症)을 일으키는 지카(Zika)바이러스가 지구촌으로 확산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말 현재 세계 25개국에서 감염환자 수가 400만여명에 이르고 이 중 소두증 또는 소두증 의심 증세로 숨진 신생아가 60여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WHO는 1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제적 비상사태(PHEIC) 선포를 논의한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9일 지카바이러스 증후군을 제4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방역 강화에 나섰다.

문제의 지카바이러스 증후군은 지금까지 발생한 각종 감염병 가운데 방역이 가장 어렵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한다. 우선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의학계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를 매개체로 한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된 것이어서 지카바이러스 증후군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치료방법조차 아직 없다.

더 큰 문제는 중남미를 여행한 경험이 없는 한 대만인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카바이러스 증후군은 신생아뿐 아니라 성인의 면역체계와 신경세포 공격ㆍ전신마비를 일으키게 해 생명까지 잃게까지 한다고 한다.

반드시 이집트 숲모기에 물리지 않더라도 감염자로부터 수혈되거나 성관계를 통해서도 관련 증후군에 감염될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외부로부터 지카바이러스 국내 침투를 막아내는 일일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발생 원인과 대응 태세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해 올해 1월초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의 원인은 메르스에 관한 정보 부족, 사전준비 미흡, 그리고 초동대응 부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지카바이러스 증후군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대응책 마련에 한치의 빈틈을 두지 않는 것이 최상이라고 할수 있다.

방역방이 뚫리는 것은 행정체계의 허술함도 한몫한다. 최근 인천공항의 안전망이 뚫린 것은 최고경영자의 장기공석 또는 새로 부임하는 최고경영자마다 국회진출 등 딴 생각을 하느라 경영에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 큰 것으로 공항 측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렇듯 지카바이러스 국내 유입도 한 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방역을 위해 WHO와 미국질병통제센터(CDC)와 협력해 48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질본이 체제 개편 이후 시간이 짧아 이 중 17개만 끝냈고 아직 31개 과제는 미완성 상태다.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자칫 인천공항처럼 안전망에 허점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질본은 지카바이러스의 국내 침투에 대비해 방역망 구축과 해외정보 수집 및 교환, 국민행동수칙 마련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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