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느닷없는 대학동창의 부음 소식에 한동안 넋이 나갔다.

가까이 지내던 대학동창이 방광암으로 1년여 투병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얼마전까지도 건강한 모습이었는데···예고없는 부음이어서 충격이 너무 크다.

고인은 감쪽같이 병마를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어쩌다 전화라도 통하면 “등산하다 고관절을 다쳐 동참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부인은 “고인이 자존심 때문에,동정을 받고 싶지않아 투병생활 중 주변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병색이 깊어가면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싶지않고,동정이나 위로조차도 외면하고 싶었던,그 처연하고 복잡했을 고인의 심사를 잠시 헤아려본다.

고인은 시중은행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3년전 직장을 그만뒀다. 그후 예기치않은 병마가 찾아든 것이다.

직장에 나온 뒤 등산도 열심히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했는데,그만 병마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누구못지않게 열심히,성실히 살아온 동창의 발인을 지켜보면서, 죽기 전 남겼다는 극작가 버나드의 쇼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누구나의 묘비명이 될,버나드 쇼의 번뜩이는 재치에 다시한번 숙연해진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친구는 갔고,나는 그를 보냈다.

오복 중 하나라는 고종명(考終命·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이 갈수록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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