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응급(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의사처방없이 소비자가 선택해서 구입하는 의약품) 전환을 올 상반기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둘러싼 공방전이 재연되고 있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문제는 2012년 8월에도 소비자ㆍ시민단체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사단체ㆍ종교계 간 찬반 논쟁이 치열했었다.

당시 식약처는 이 문제에 관한 논쟁을 끝내고 이에 대한 연구를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맡겼었다. 이에 따라 의약품안전관리원은 지난해말 그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했고 식약처는 그 내용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이제 더 이상 미룰 필요 없다고 본다. 응급피임약의 목적은 성관계 후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것이다. 현재 시판 중인 응급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85%로 콘돔의 75%보다 높다. 

또 성관계 후 72시간 내 가능한 빠른 시간에 복용해야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응급피임약은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보장돼야 한다. 병ㆍ의원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한밤중에 의사의 처방을 받을 수 없으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성이 응급피임약을 복용할 때 의료계 주장처럼 건강상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응급피임약은 고농도 프로게스테론을 집중 투여해 호르몬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자궁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해 여성의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급피임약은 지난 2001년 국내 시판 이후 이미 15년이 지났다. 그 후 부작용을 방지하는 의약기술도 발전해 꾸준히 의약품의 품질이 향상됐다.

또한 성관계 후 병ㆍ의원에 가서 응급피임약 처방을 요구할 때 간단한 문진(問診) 수분 후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현실도 생각해야 한다. 응급피임약 구입 시 사실상 전문가로서 의사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응급피임약의 오ㆍ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응급피임약품 사용 및 이에 따른 잘못된 성문화 확산, 낙태에 따른 윤리적 문제의 해소도 결코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ㆍ남용에 따른 여성 건강의 문제는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종 부작용 문제도 여성이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후 임신중절과 낙태등으로 겪는 정신적ㆍ육체적·경제적 고통보다 우선하지는 않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연간 낙태 건수는 16만8738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94.8%가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의 건강상 부작용과 폐해를 걱정한다면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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