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바둑 대결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제약계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이용해 신약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는 지난 2월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컴퓨팅시스템 왓슨(Watson)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고 한다. 신약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은 이미 왓슨을 이용해 신약개발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왓슨은 초당 2억수를 분석하는 계산력을 갖고 있고 지난 1997년에는 세계 체스챔피언과 대결해 승리한 기록도 갖고 있다. 또 IBM은 2011년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특화된 AI왓슨을 개발해 미국의 유명한 TV 퀴즈쇼에 출연해 인간에게 승리를 한 적도 있다.

일본이 미국에 이어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을 계획한 것은 성공할 경우 종전의 신약개발 방식의 단점을 완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왓슨을 이용해 연구 주제의 선정, 지원 및 개발 관리와 프로젝트의 지원, 임상데이터의 분석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백질에 결합하는 각종 화합물을 탐색하고 실제의약품 후보가 되는 유도체를 합성해 제품화가 가능한 것을 찾아내는 역할도 AI가 수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같이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이 현실화할 경우 당국은 지금까지 7~10년이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도 사전에 파악해 차단할 수 있을뿐 아니라 개발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고 조기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국내제약사들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이라는 세계 제약계의 흐름에 동승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영세한 국내 제약계 사정으로 볼때 제약사 단독 투자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업계 공동 노력 또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또 제약계의 기술 인력도 문제다. AI 기술 인력은 기본적으로 저변에 컴퓨터공학과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이 풍부해야 한다고 한다. 존 헤네시 미국 스탠포드대 총장은 미국의 AI기술혁명은 풍부한 컴퓨터공학 인력 덕분에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이제야 걸음마 단계인 국내 AI 기술은 미국에 비해서는 4년, 일본에 비해서는 1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기술 개발 7년 만에 퀴즈 대결에서 인간에 승리한 데 비해 한국은 오는 10월 국산 AI 컴퓨터 ‘엑소브레인’이 장학퀴즈에 도전한다. 개발에 착수한지 3년 만이다. 미국보다 개발 기간을 무려 4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러한 속도라면 한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법도 없을 것이다. AI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와 제약계 등 산ㆍ학ㆍ연의 뜨거운 열의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