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용 표백제 ‘옥시크린’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계 생활용품전문 다국적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사의 살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확인됨에 따라 시중 약국에서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의 일부 약국에서는 “우리 약국에서는 옥시회사 제품인 인후염치료제인 스트렙실과 위역류치료제인 개비스콘은 물론 일체의 옥시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고객님들의 양해를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고 한다.

이처럼 개별 약국 위주로 벌이고 있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은 약국의 성격상 의약품에 국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일반 생활용품까지 번질 기세다. 이에 따라 대한약사회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전국 규모로 조직화하기로 하고 곧 회의를 열어 그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옥시사의 생활용품은 옥시크린 외에 제습제인 ‘물먹는 하마’ 등 100여종이 넘는다.

이러한 가운데 지금까지 살인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피해는 검찰 수사 결과 지금까지 사망 94명, 폐 손상 등 상해 127명 등 221명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모임 측은 현재 신고 접수된 사망자 숫자만 해도 2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6~7개사 제품중 옥시의 피해가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데도 보건당국이 그동안 왜 이를 수수방관했는가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사망자가 처음 보고된 것은 5년 전인 2011년 4월이었다. 그 후 피해자가 계속 늘어났고 당국은 5개월 후 사용 자제 권고, 그 한 달 후 가습기 살균제 수거 명령을 내렸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것은 거의 1년 만인 2012년 1월이었고 수사 한 달 만에 의학적으로 살균제에 따른 폐 손상이 확인됐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인정한 것은 거의 3년이 흐른 지난해였다. 왜 이처럼 피해 확인이 늦었는지 알 수 없다.

옥시 측의 비도덕적 행동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서울대 수의과 연구팀이 2011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쥐 실험 결과 임신쥐 15마리 중 13마리에서 새끼쥐가 죽었다는 결과를 회사 측에 통보했으나 옥시 측은 2014년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이 자료를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옥시는 자사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을 우려해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사망자가 늘어나자 제품 포장지에 기입한 회사이름을 ‘RB 코리아’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는 법률대리인을 내세워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이 ‘황사에 의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옥시가 아예 우리 보건당국을 우롱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영국은 일찍이 옥시 제품의 위험이 파악되자 지난 2007년 제품 사용으로 인명 피해가 있을 경우 연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이는 사람에게 거의 사형에 해당하는 처벌이다. 살인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시키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당국이 옥시에 대해 처벌한 것은 기껏해야 1억5000만원 벌금 부과뿐이었다.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수 있다”고 거짓·과장광고한 데 대해 표시광고법 벌칙조항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법인의 처벌에 관한 법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당국이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똑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시중 약국과 대한약사회의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그래서 기대가 크다. 이번 약사회의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다른 의료단체 및 의료기관과 연계해 효과가 극대화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