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가운데 가장 신뢰받는 직종은 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의사협회 내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이용민)가 지난해 전국의 20대 이상 국민 33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지난주 발표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회계사 건축사 등 8개 전문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의사가 17.9%로 가장 높았다. 2위는 건축사 8.9%, 3위는 변호사 5.5%, 세무사 4.5%, 감정평가사 4.1% 순이었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전문직 가운데 가장 신뢰가 높게 나타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의사를 믿지 못하면 환자들이 의사를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조사에 응한 사람의 절반이 넘는 50.5%가 어느 전문직이 신뢰도가 가장 높은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의사를 포함한 이들 분야 전문직 종사자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의사의 진단이 정확한지 가끔 의심이 든다는 사람(67.2%)이 10명 중 거의 7명에 달했다.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잘해준다고 응답한 사람(26.1%)도 10명 중 3명 밖에 되지 않았다. 진료에 만족한다는 사람(9.6%)은 10명 중 1명인 반면 진료가 불만이라는 사람(60.7%)은 10명 중 6명이나 됐다.

사실 이러한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낮은 신뢰도는 최근의 의료사고나 불미스러운 갖가지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의사를 믿고 찾아간 환자에 대해 의사가 성추행을 하거나 의료사고 후 책임을 회피하는 의사도 있다.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연쇄적 C형간염 감염 발생, 의료사고 시 해당 의사의 동의없이 분쟁을 조정하는 내용의 의료분쟁법 개정에 대한 이기적 회피 움직임, 의약분업 갈등 시 보여준 집단이기주의, 원격의료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 끊이지 않는 성형수술 사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꼬리를 잇고 있다.

오죽하면 여성들의 수면내시경 검사 때는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물론 모든 의사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 달갑지 않은 일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믿는다. 대부분 의사들은 정직하게 본연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모든 의사들을 예비범죄자로 보고 각종 의료사고 시 해당 의사의 면허를 영구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리라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환자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병·의원에서 의사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법보다 우위에 있다. 환자는 의사의 지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사는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환자 본인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전문직이 특수직으로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만큼 이에 비례한 책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파렴치 범죄행위나 반복된 의료사고를 저지르는 의사에게 면허 박탈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래야 의사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모든 의사들이 신뢰도가 높다는 단순 사실에 만족하지 말고 일부 일탈된 행위를 되돌아보는 자성의 자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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