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항생제 남용에 따른 슈퍼박테리아 출현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 협의회는 이윤성 대한의학회장을 위원장으로 민간에서는 의학ㆍ의료인단체, 제약회사, 수의사단체, 환자ㆍ소비자단체와 언론계가 참여하고 정부 쪽에서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했다. 협의회에서는 일단 6월까지 항생제 남용 방지방안, 내성균 조기발견, 내성균 확산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하고 중ㆍ장기적인 연구ㆍ개발을 위한 종합실행 계획의 초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항생제 남용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진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보건당국의 무책임 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늦었지만 항생제 남용의 폐해를 국가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범국민적 모임을 만든 것은 퍽 다행이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사용해도 박멸되지 않은 세균을 말한다. 감기는 원인이 바이러스다. 그런데도 세균에 적용되는 항생제를 복용하면 세균이 저항하는 힘을 길러주게 된다. 항생제 약발이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생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항생제를 이기는 세균인 것이다.

세균이 항생제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일반 감염질환의 치료가 더디고 어렵다. 치료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114개국 자료를 토대로 혈액감염 폐렴 등 7개 질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의 최후 수단인 항생제로 고치지 못하는 임질균이 영국 호주 일본 등 10개국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또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아 생명을 잃은 사람이 미국에서만 매년 2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러한 인명 피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여만명에 달하고 오는 2050년에는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WHO의 경고다. 국내에서도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지난해만 8만8000여건으로 5년 전에 비해 5배나 늘었다. 감기환자중 38%, 중이염 어린이 환자 중 84%가 항생제처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항생제 남용은 사람보다 소 돼지 닭 생선 등 각종 농축수산물 사육 및 양식 과정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현재 국내외적으로 소비되는 각종 항생제는 거의 70~80%가 이들 농축수산물용이라고 한다. 이들 농축수산물의 사료와 질병 치료를 위해 투여된 항생제가 음식을 통해 인체에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구성된 협의회에서 보건당국은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련 부처와 단체들의 협력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즉시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본다. 이는 국가가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으로 대책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협의회 회장에게 상당한 힘을 주기 위한 입법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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