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립병원의 분원 또는 보건소 지소, 동네의원과 같은 의원급 시립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주 박마루 시의원(새누리당)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마련한 서울시립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가 크게 반발해 이번 주 서울시의회에 반대 의사를 전하는 한편 조례안 통과 저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서울시와 박 의원이 의원급 시립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의 시립병원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돼 있어 공공의료체계가 시민과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이 제약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접근성이 높은 지역 사회의 동네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사각지대를 없앨 필요가 있다는 것이 조례 개정의 취지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쉽게 하리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도 의료취약계층의 기초생활 수급자들은 의료급여 1종 또는 2종 등으로 의료보호 대상으로 분류돼 일반 동네의원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원급 시립의료기관이 동네에 설립될 경우 동네의원과 과잉경쟁을 불러 일으켜 동네의원의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 의원급 시립의료기관의 난립은 설립비용은 물론 사실상 무상진료를 확대하는 것으로 귀중한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의료급여 1종 대상자의 경우 과거에는 무료진료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공짜진료이다 보니 환자들의 의료쇼핑에 따른 폐단이 숱하게 많았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자기부담액을 일부 부과해 외래진료비 1000원, 약품처방비 500원, 입원비는 2만원으로 책정했었다.

그 대신 이들 의료보호 대상자들에게 건강생활유지비 명목으로 연 6000원씩을 지급했다. 사실상 외래진료 6회는 무료인 셈이다. 의료급여 1종 대상자도 근로무능력가구, 시설수급자, 141개 희귀난치성질환자, 일부 암 등 중증질환자, 이재민, 의상자, 의사자의 유족, 18세 미만의 입양아, 국가유공자,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탈북민, 노숙인,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 등으로 폭이 넓다.

특히 이 가운데 근로무능력가구의 선정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 일선 의료기관의 생각이다. 이들 가구의 환자 중에는 외견상 도저히 저소득층이라고 볼 수 없는 환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고급모피가죽의 옷을 입거나 금반지 금목걸이 금팔찌등 사치스런 고급 장식을 하고 두툼한 돈지갑을 자랑하는 환자도 있다는 것이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말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의원급 시립의료기관 설립에 대해 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물론 서울시민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의문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이러한 계획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차라리 이 기회에 정부가 시범 추진 중인 원격진료 대상을 확대해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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