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28일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등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제약계가 어디까지 처벌 대상인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로운 보건의료관계 제도와 법이 시행될 때마다 제약계의 어려움이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국회의원, 정부당국자, 의약사, 시민단체, 언론인을 대상으로 설명해야 할 제약계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란 법은 식사 대접은 3만원, 선물 비용은 5만원 이내, 각종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 국립의대 교수의 강연료는 20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 이 규정을 어길 경우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참가자들을 제외한 모든 대상자들은 과징금을 물리거나 형사처벌을 받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제약계는 각종 경우의 수를 짜느라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약계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참가자들을 초청해 '호텔에서 1인당 5만원이 넘는 식사를 할 경우 제약계 관계자만 처벌되는 것이냐’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참가자에게는 호텔에서 고급음식을, 정부 당국자와 의약사ㆍ언론인에게는 1인당 3만원 이내의 대중음식점에서 값싼 음식을 차별 대접해야 하느냐’는 등 설왕설래 하고 있다.

또 ‘10년동안 공들여 개발에 성공한 신약 발표 행사를 종전처럼 고급호텔에서 하지 못하고 설렁탕집에서 해야 하느냐’하는 의문도 제기했다.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고 해외관계자등 외빈을 초청해 자축 행사도 못할 것 같다는 푸념이다.

김영란 법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155개국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조사(2014년)에서 43위였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원자력 방산 금융 법조 정부 지자체 등 모든 조직에서 부패의 냄새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취가 심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입법을 대가로 이해단체로부터 돈을 받는가 하면 사무실에서 책 장사를 하는 의원도 있었다. 자녀나 친척을 인턴 보좌관 또는 비서로 채용하는 것은 예사다. 자녀들을 특정 기관이나 업체에 취직시키려고 압력을 넣기도 한다. 선거 홍보일을 맡기고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국회의원이 있는 곳에 비리가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참가자만이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이래서야 김영란 법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농림ㆍ축ㆍ수산단체와 중소 및 소상공인 단체등이 김영란 법이 시행될 경우 농어민과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포기할 판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 이 기회에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도 처벌 대상에 올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약계처럼 차별적 대접을 두고 머리를 싸매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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