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5개 약학대학 가운데 서울대 약학대학 등 31개 대학이 고졸자를 신입생으로 뽑을 수 있도록 약대입시제도 및 학제개편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건의키로 했다고 한다.

전국 약대들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4년제에서 6년제로 변경된 지난 2009년부터 고졸자를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학부 2학년 과정을 수료한 학생 가운데 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PEET) 우수자를 약대 3학년 편입생으로 뽑는 소위 ‘2+4 약학제도’를 운영해왔다.

전국 약대들이 고졸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키로 학제 개편에 나선 것은 약학 분야 연구개발에 열성적인 젊은 우수 인재가 약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학 2년 과정을 수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대 3학년 편입생을 선발하다 보니 지원자 중 상당수가 안정된 직장을 찾는 직장인이나 직장퇴직자들이라는 것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정년퇴임한 전직 교수도 편입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다. 다른 이공대에 다니던 학생들도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안정된 직업을 찾기 위해 약대 편입 지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매년 1만5000여명의 기초과학 분야 대학생들이 입학 후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못하고 사설학원을 전전하며 정원 1700여명의 약대 편입을 위해 PEET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학의 기초과학 학과들이 사실상 약대 편입 과정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현상은 4년제 대학졸업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의학전문대학이 사실상 폐지되고 고졸 출신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러한 약학대학의 실정에 느긋한 태도다. 6년제 약대생 배출이 이제 겨우 2회 밖에 안됐고 PEET 시험도 4회밖에 실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2+4 약학사제도’를 더 실시해 본 후 그 결과를 평가해 개선안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 있는가. 그 정도 실험을 거쳐 문제가 드러났으면 서둘러 고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연구 및 산업인력을 양성해 적기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교육부다. 대학원과 산업현장의 연구인력 부족현상은 지금 심각한 상태다. 대학원의 연구인력 부족률은 현재 38.7%나 된다(한국약학대학교육협의회 자료). 약대 재학생의 노화 현상으로 대학원 진학률이 ‘2+4년제’ 실시 이전보다 절반수준인 30%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뇨병 신약을 개발해 세계적 제약시장의 신화를 이룩한 한미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셀트리온 등 여러 제약사들이 최근 세계적 제약사의 꿈을 안고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들은 여전히 우수 연구인력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지금 당장 고졸 출신을 대상으로 약대 신입생을 뽑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한다고 해도 빨라야 5년후에나 시행될 수 있다는 약교협의 분석이다.

바이오 제약 분야는 의료 분야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매김된지 오래다. 약학 분야 연구인력 확보에 교육부가 소극적이라면 보건복지부가 나서서라도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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