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한그룹 홍보를 맡고 있던 1997년 자살한 이재찬씨를 인사· 업무차 수차례 만났다.

고인은 당시 (주)새한(제일합섬 전신)의 계열사로 있던 디지털미디어 사장이었다.

고인은 새한 돈 500억원을 끌어다 디지털미디어를 설립했다. 가수를 발굴해 키우고 해외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음반 제작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당시 발굴해 키운 가수가 임재범,박정현이다. 해외영화도 수입했다. 하지만 별 재미는 보지못했다.

나는 당시 재벌2세가 얼굴반반한 연예인들이 몰려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빠진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IMF이후 CJ,동양그룹 등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엔터테인먼트사업이 미래사업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재찬 사장에 대해 깊은 인상은 받지못했지만 할아버지(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피를 이어받아 사업감각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시대를 너무 앞섰는지,운이 없었는지 디지털미디어 회사는 얼마안가 간판을 내렸다. 모기업 새한에 누만 끼친채···.

나는 이번 사건을 접하고 가장 먼저 칠순을 넘긴 어머니인 새한그룹 이영자 전 회장을 떠올렸다.

새한그룹이 몰락하면서 임직원들은 뿔뿔히 흩어지고,자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채권단에 압류당했으며, 장남 이재관 새한 부회장의 구속···그것도 모자라 차남마저 비명에 갔으니 앞으로 어머니가 어떻게 버틸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웠다.

이 전 회장은 시누이인 한솔 이인희 고문,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가끔 골프를 즐긴다는 소식은 간간히 들려왔다.

회사 몰락후 이 부회장 일가는 빈털털이가 되다시피 했다. 이 전 부회장 형제들은 대부분 이혼했고,변변한 일없이 ‘동가숙서가식’한다는 후문만 들려왔다.

세간에서는 아무리 몰락한 재벌이라도, 국내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최고 재벌 삼성가의 일원인데 아무려면 ‘썩어도 준치’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 전 부회장의 형제들은 실제 곤궁한 생활을 이어갔다.

이재찬 사장이 자살한 날, 이곳저곳에서 지인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에서까지.

이재관 전 부회장,이재찬씨와 해외출장을 함께 했다는 전 새한그룹의 한 임원은 “이번 자살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삼촌이 조카를 제대로 못챙겼다는 분노에 가까운 질타였다.

그 새한 임원은 십수년전 미국 출장때 있었던 비화를 털어놨다.

자살한 이사장은 “아버지인 고 이창희 회장이 미국병원서 운명할 당시 함께 곁을 지켰던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내 가족들을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고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속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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