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 이사회가 회원사들의 윤리경영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23일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하고, 그 명단을 '대외비 공개'하는 업계 초유의 시도에 대해 그 파장과 후유증이 어떻게 미칠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설문조사'를 하루 앞두고 초긴장하고 있다.

협회는 23일 낮 12시 하반기 첫 이사회에서 점심을 도시락으로 하면서 48개 이사사 대표이사들 또는 대표이사 위임을 받은 공정거래자율준수(CP)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리베이트 설문조사에 들어가 불법 리베이트 영업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제약사 명단 2곳을 적어내, 다수로부터 지목된 '리베이트 제약사' 명단을 현장에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선 '리베이트 혐의 제약사' 명단 공개가 자칫 회원사들 간 갈등과 불신만 가져오는 '교각살우'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협회 <메디소비자뉴스 자료사진>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에 대한 설문조사에 대한 신뢰성도 문제려니와, 자칫 잘 나가는 경쟁사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음해'가 될 수 있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아 리베이트 설문조사와 명단 공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 명단이 이사회에서 현장 공개된 후 곧바로 폐기된다지만 해당 제약사 명단이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중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리베이트 의혹 설문조사와 관련해 상위제약사들보다 CP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제약사들 가운데 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사 임원은 “계속되는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으로 갈수록 제약 영업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단합해야 하는 시기에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 설문조사가 회원사 간 분란만 일으킬 수 있다”며 “협회는 업계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중소사 임원은 “아무리 이사회에서만 조사 결과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일부 명단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CP와 협회에서 소외된 중소사들이 명단 설문조사를 앞두고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상위사 간부는 “협회가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강력한 리베이트의 근절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리베이트 의혹 제약사들이 근거없이 설문조사로 지목되고, 자칫 해당 제약사 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협회와 회원사, 회원사와 회원사 간 갈등과 반목, 불신 등의 부작용과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제약협회 회원사 200곳은 이번 협회의 리베이트 의혹 설문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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