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이프, 색소폰, 트럼펫 같은 악기를 부는 사람은 이른바 ‘백파이프 폐(bagpipe lung)’ 같은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민성 폐렴의 일종인 이 질환은 효모, 먼지, 곰팡이, 화학물질 등에 오염될 경우 생기는 병으로 심하면 폐섬유증으로 진행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영국 사우스 맨체스터의대 제니 왕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민성 폐렴으로 사망한 61세 남자의 폐를 조사한 결과, 이 남자가 백파이프를 연주할 때 촉촉한 틈새에 숨어있던 곰팡이를 들이마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자는 7년 간 숨이 차고 마른기침을 해왔으며 면역억제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낫지 않았다. 그는 폐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면서도 취미로 매일 백파이프를 연주했으며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연구진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백파이프와 여러 가지 물건들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Paecilomyces variotti’, ‘Fusarium oxysporum’, ‘Penicillium species’, ‘Rhodotorula mucilaginosa’, ‘Trichosporon mucoides’, ‘pink yeast’ ‘Exophiala dermatitidis’ 같은 곰팡이들이 발견됐다.

환자는 다양한 치료에도 오히려 상태가 점차 악화되다가 사망했다. 사후 검사에서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및 조직섬유증과 일치하는 광범위한 폐 손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백파이프의 습한 환경이 효모 및 곰팡이 오염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색소폰이나 트럼펫 같은 것들도 유사한 위험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곰팡이와 효모에 의한 색소폰과 트럼펫 연주자의 과민성 폐렴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이 연구 결과는 ‘BMJ 흉부’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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