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이 조속히 나와 현행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들 불만을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잠잠하던 건보료 부과체계개편에 대한 여ㆍ야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공정성 때문에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정부나 여ㆍ야당 등 정치권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를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나 정치권의 직무유기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성 이사장의 발언은 이같은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본다.

사실 정부는 지난 2013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발족시켜 1년여 만인 2014년 9월 작업을 마치고 개편안 손질을 거쳐 시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다 2015년 1월들어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파동이 일자 갑자기 시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 다른 말썽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경우 추가 소득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 부담이 늘어나는 이들의 불만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했었다.

그후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ㆍ정 협의를 통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충분히 논의했고 큰 틀이 잡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장가입자의 소득기준 적용 문제, 보험료 상한기준 변경, 맞벌이부부와 피부양자 추가 등에 관한 기준 마련 등 시뮬레이션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작업은 한 두 달이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으로부터 개편 작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없다. 정부ㆍ여당의 직무유기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연간 6억원이 넘는 종합소득을 올리는 영화배우 박모씨가 월 228만원의 건보료를 내야하는 데도 아내 회사 직원으로 등록해 월 70만원의 급여에 월 2만1240원의 건보료만 내는 코미디같은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러면서도 10년이 넘은 중고 자동차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이게 정당한 일인가. 이러니 건보가입자들의 불만 중 건보료 부과체계에 관한 불만이 79.1%인 6800만건에 달하는 것이다.

성 이사장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료가 인상되는 사람들의) 표심을 의식해 개선안을 계속 내놓지 못하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건보료 개편 작업에 표심을 계산하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라는 충고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보료 개편으로 인해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은 5~10%라고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부담이 줄어드는 계층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이 무서워 정부ㆍ여당이 건보료 개편을 미루는지 알 수 없다. 이러다 현정권에서는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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